삼성전자 주총, 상장 43년 만에 첫 액면분할 통과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사진=홍봉진 기자

삼성전자 (78,600원 ▲3,100 +4.11%) 정기 주주총회에서 50대1 비율의 발행주식 액면분할 안건이 원안대로 통과됐다. 삼성전자는 1975년 6월11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이후 43년 만에 첫 액면분할을 예정대로 시행할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23일 오전 9시 서초사옥에서 '제49기 정기주총'을 열고 액면분할과 사내·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정기주총은 모든 안건이 특별한 이견 없이 진행된 만큼 1시간55분 만인 오전 10시55분에 종료됐다.


가장 관심을 모은 50대 1의 액면분할 안건이 통과됨에 따라 삼성전자의 현재 250만원대 주식 가격은 5만원대로 낮아진다. 보통주는 기존 1억2838만6494주에서 64억1932만4700주로 50배 늘어나며, 우선주도 1807만2580주에서 9억362만9000주로 50배 많아진다. 액면분할 되는 신주권 상장 예정일은 오는 5월 4일이다.

정기주총 진행을 맡은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은 "더 많은 주주들이 배당의 혜택을 받도록 하고자 액면분할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상훈 삼성전자 전 경영지원실장(사장),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즈) 부문장 사장, 김현석 CE(소비자가전) 부문장 사장, 고동진 IM(IT&모바일) 부문장 사장 등 4명에 대한 사내이사 선임안건도 통과됐다. 김종훈 키스위 모바일 회장과 김선욱 이화여대 교수, 박병국 서울대 교수 등 3명에 대한 사외이사 선임안건 역시 그대로 의결됐다.


특히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상훈 사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기로 결정한 만큼 이 사장은 다음 이사회부터 의장직을 수행한다. 삼성전자는 처음으로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 운영하는 등 이사회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강조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안건 논의에 앞서 각 사업부문장이 지난해와 올해 경영현황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김기남 DS부문장은 "올해 부품 시장은 5G(5세대), IoT(사물인터넷), 전장 등 새로운 응용처 확대와 고용량, 고부가 제품의 수요 증가가 전망된다"며 "메모리 사업의 경우 2세대 10나노급 D램, 5세대 V낸드 등 고부가 제품을 안정적으로 확대해 초격차 전략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현석 CE부문장은 ""QLED TV 중심으로 75형 이상 초대형 시장과 8K 프리미엄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겠다"며 모듈형 TV 출시 계획도 내놨다. 그는 "마이크로 LED(발광다이오드) 기술을 적용, 세계 최초로 원하는 크기의 TV를 자유롭게 구현할 수 있는 모듈형 TV '더 월(The Wall)'을 하반기에 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동진 IM부문장은 한자릿수로 떨어진 중국 휴대폰 시장의 회복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점유율 회복에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지난해 5월과 9월1일자로 현지 조직책임자를 전부 교체하고, 기존 3단계에 걸친 영업조직을 2단계로 축소하는 등 현지 시장 점유율 확대 노력을 강조했다.

한편 권 회장은 이날 주총을 마지막으로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난다. 그는 "현재 회사는 다행히 최고 실적을 내고 있지만 급격히 변하는 IT 산업 속성상 지금이 바로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롭게 출발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일선서 한 발 물러서지만 앞으로 후배 경영진에도 주주 여러분의 변함없는 관심과 격려를 부탁한다"고 주주들에게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