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무역전쟁, 글로벌 증시 덮쳤다

23일 오후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미국의 무역 전쟁 우려에 전날보다 79.26포인트(3.18%) 추락한 2,416.76을 나타내고 있다. /사진=뉴스1

글로벌 주요 증시가 미국발 무역전쟁 공포에 휩싸였다. 끝없는 보복의 악순환으로 결국 ‘승자 없는 싸움’만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시장을 패닉으로 내몰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최대 6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수입관세를 부과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미국 주요 3대 지수가 일제히 2% 넘게 내렸다. 무역전쟁으로 경제성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에 미 국채 금리가 일제히 하락한 가운데 실질 단기금리의 낙폭이 더 컸다.

보호 무역주의의 공포는 아시아 증시도 덮쳤다. 중국측이 3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매길 계획이라는 보도가 투자심리를 더욱 악화시켰다.

코스피는 23일 외국인의 현선물 매도 속에 주요 시가총액 상위종목들이 낙폭을 키우면서 전일대비 3.18% 내린 2416.76으로 마감했다. 이는 2012년5월18일 3.4% 이후 최대 낙폭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가 있었던 2016년6월24일(-3.09%)이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6년11월9일(-2.25%) 보다 투자자들의 투매가 극심했다는 얘기다.

일본 도쿄증시 닛케이225지수도 안전자산 선호 강화로 엔화 가치가 급등한 가운데 전일대비 4.5% 하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3.4% 내려 3153.08로 장을 마쳤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으로 얻을 실익보다 손해가 막대하다는 점에서 무역전쟁이 전면적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여름 ‘강대강’ 양상으로 치달았던 북미 갈등에서 보듯 양쪽 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보다는 지지층 결집을 위한 협상용 카드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일단 명분을 쌓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갈등이 지속될 수 있는 만큼 단기적 충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깊어지면 패닉성 투매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이날 시장 반응이 이전과 달리 격렬한 것이 낙관론보다 비관론에 무게를 실어줬다.

CNN머니는 무역전쟁이 월가의 가장 큰 걱정거리로 부상했다고 거들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ofAML)의 최신 설문조사에서 펀드매니저들은 시장의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무역전쟁을 꼽았다. 무역전쟁이 인플레이션을 제치고 최대 위협으로 부상한 건 지난해 1월 이후 처음이다.

역사상 가장 가까운 무역전쟁은 미국 허버트 후버 행정부가 1930년 '스무트-홀리 관세법'을 제정하면서 일어났다. 잇단 보복 조치는 세계 무역과 경제를 위축시켜 대공황을 가속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