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피해자③]"남북대화로 풀 수 있는 문제…정부 더 적극 나서야"

= [편집자주] 4월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다. 전쟁 위기로까지 치달았던 한반도에 기적 같은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온 세계가 남·북 정상의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바로 납북자·억류자 가족들의 이야기다. 70년 가까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경제적 궁핍과 납북가족이라는 낙인을 꿋꿋이 견뎌낸 이들이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 분들을 뉴스1이 만나봤다.

지난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공개한 납북자 명단 (뉴스1 DB) ⓒNews1

지난 17일 방미 중이던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에게 "북한과 정상회담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해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문재인 대통령과 통화에서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뤄주길 희망한다고 전달했다.


일본이 남·북 대화 분위기에 납북자 문제를 끼워 넣으면서 적극적으로 숟가락 얹기에 나선 가운데 국내에서도 정부가 남·북 대화 분위기를 이용해 납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25일 '전후납북자가족모임'에 따르면 현재 확인된 6·25전쟁 이후 납북자는 516명이며 가족들은 1200명 정도다. 국내 납북자 가족들은 "일본의 납북자들보다 국내에 납북자 가족이 훨씬 더 많다"며 남·북 대화에서 이 문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납북자 가족들은 일본이 적극적으로 납북자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데 반해 한국정부는 소극적인 대응을 보여 문제 해결이 안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2002년 당시 북한과 일본이 납북자 문제에 합의한 뒤 북한 적십자회가 일본 적십자사로 보낸 문서에는 북한정부가 납북 일본인들에 대해 진지한 조사를 했음이 드러난다.

문서에는 "조사는 중앙과 지방의 각급 적십자지부들이 인민보안성, 인민위원회의 해당 부서들과 긴밀히 련계하면서 전국적 범위에서 실시되었으며 신문, 방송들을 리용한 폭넓은 조사를 통하여 한층 더 깊이 있게 진행되었다"고 적혀 있다. 북한은 조사에 따라 확인된 12명의 사망자와 생존자들의 신원을 일본에 통보했다.

지난 2002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적십자회가 일본적십자사에게 보낸 공문 내용 중 일부 © News1

반면 북한이 한국정부에 통보한 납북자 명단은 이름과 나이, 생사여부만 적혀 있고 그 신빙성도 믿을 수 없는 수준이다. 납북자 가족들은 "북한이 이렇게 행동하는 것은 그동안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북한에 이야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북한 측에서 이미 죽었다거나 행방이 불명하다고 통보한 사람들의 신원이 가족들의 노력으로 살아있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납북자 관련 시민단체들은 평양시민 200만여명의 명단을 확보해 그 중 21명의 납북자가 포함돼 있음을 확인하고 이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이들이 공개한 21명의 명단에는 북한정부가 이미 사망했다고 밝힌 이광원씨와 생사 여부가 확인 불가능하다고 전해온 문경식, 이민교, 홍건표씨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납북자 가족들에 따르면 정부는 명단 발표 이후에도 북한에 납북자들의 신원에 대한 재확인을 요청하거나 납북자들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납북자 가족들은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아 북한이 한국을 무시하는 것으로 보고 있었다. 최성룡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는 "현재도 77년과 78년 홍도에서 납북된 학생들의 부모들이 살아서 아들들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들의 생사만이라도 확실히 확인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성룡 대표는 납북자 문제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산이며 문재인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표현했다.

"납북자 관련 법을 만드는 등 노무현 대통령이야말로 역대 정부에서 가장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다"고 밝힌 최 대표는 "노무현 정부의 비서실장이었던 문 대통령이 이 문제에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납북자와 국군포로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제안했지만 김 위원장의 반대로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며 "노 전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국민들과 가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최 대표는 "남·북 대화에서 '비핵화' 같은 주제는 해결하기가 어려울지 몰라도 '천륜'과 관련한 이 문제는 남·북의 대화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생사확인만을 위해서라도 납북자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북한에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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