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구속 후 첫 주말 둘째딸 면회…내일 첫 옥중조사

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뉴스1

이명박 전 대통령(77)이 구속 첫 주말 둘째딸 승연씨를 만났다. 그러나 장녀 주연씨와 아들 시형씨는 구치소를 찾았으나 면회가 불발됐다. 이 전 대통령은 독방(독거실)에 홀로 머물며 26일로 예정된 검찰의 구치소 방문조사에 대비하고 있다.

25일 교정당국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24일 자신이 수감된 서울동부구치소 12층의 접견실에서 차녀 승연씨 등 가족을 면회했다. 통상 가족과 지인의 면회는 일반 면회실에서 이뤄지지만, 이 전 대통령은 별도의 공간에서 만난 셈이다. 면회는 10분 만에 종료됐다. 구치소에서 가족과 지인의 접견은 하루 한 차례씩 10분 동안만 가능하다.


앞서 23일 오전에는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와 장녀 주연씨이 구치소를 찾았으나 면회가 불허돼 영치금만 넣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통령은 시형씨 등이 넣은 영치금으로 샴푸, 볼펜, 형광펜 등 수감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했다.

구치소 측이 접견을 불허한 것은 시형씨와 주연씨가 이 전 대통령의 혐의 가운데 일부에 대해 공범으로 의심받고 있다는 점에서 말맞추기 등 증거인멸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 실소유한 것으로 의심되는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의 전무였다가 최근 평사원이 된 시형씨는 배임, 탈세, 공정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주연씨의 경우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현금 1억원이 든 루이비통 가방을 이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자신의 남편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와 함께 관여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이 전 대통령은 23일 변호인단을 접견하고 향후 검찰 조사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전 대통령은 약간의 피로감을 호소했으나 대체로 건강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한다. 다만 신입수용자 진료에서 혈당 수치가 높게 나온 것을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틈틈히 운동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동부구치소는 이 전 대통령에게 수인번호로 716번을 부여하고 꼭대기인 12층에 수감시켰다. 지난해 신축된 서울동부구치소는 아직까지 수용자가 많지 않아 그동안 12층을 거의 비워두고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은 총 면적 13.07㎡(3.96평)의 독방에 수감돼 있다. 이 독방에는 일반 수용자의 방에 비치된 것과 같은 △TV △침구류(이불·매트리스) △식탁 겸 책상 △사물함 △싱크대 △거울 △청소용품 등의 물품들이 구비돼 있다.

법무부는 전직 대통령의 신분을 고려해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전담교도관을 지정하되 취침과 식사 등 일상생활은 일반 수용자와 동일하게 이뤄지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치소 수용자들은 오전 6시30분에 기상해 오전 7시에 아침을, 정오에 점심을 먹는다. 이후 오후 5시에 저녁을 먹고 밤 9시에 취침한다.

서울동부구치소 식단표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수감 후 첫 식사로 모닝빵과 잼을 배급받았다. 토요일 아침은 소고기미역국에 꽁치김치조림, 깍두기가 나왔다. 일요일 메뉴는 아침으로 모닝빵과 잼, 점심으로 느타리소불고기와 깐마늘무침, 저녁으로 소고기무국과 감자조림, 총각김치 등이다. 매일 운동 시간도 주어진다. 종교활동은 주중에만 허용되기 때문에 주말엔 예배 등 종교행사에 참석할 수 없다. 변호인 접견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시간 제한 없이 허용된다.

한편 검찰은 오는 26일 오후 2시 서울동부구치소 내 조사실에서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기로 했다. 약 350억원의 횡령과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된 혐의들이 우선 조사 대상이다. 조사는 이 전 대통령의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DAS) 관련 의혹을 수사한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검사, 수사관들이 맡는다.
검찰은 당초 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으로 소환해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전직 대통령의 신분 등을 고려해 방문조사 방식을 택하기로 결론 내렸다. 지난해 3월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검찰은 소환 조사를 요구했지만 박 전 대통령이 심리적 상태와 경호 문제 등을 이유로 구치소 방문조사를 요청하자 이를 수용한 바 있다.

일각에선 구속영장에 대한 실질심사를 포기한 이 전 대통령이 검찰 조사도 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 전 대통령 측은 향후 조사와 재판 등 사법적 절차에는 가급적 성실히 임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앞으로 이 전 대통령을 상대로 국가정보원과 국군 사이버사령부의 댓글공작 등 정치개입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조사할 계획이다. 또 이명박정부 시절 경찰과 국정원이 종교계 등 민간인을 불법사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검토 중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기 전까지는 구속영장에 기재된 혐의들에 대한 조사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구속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0일까지 이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 중요 사건의 경우 구속기간을 거의 채운 뒤 기소하는 게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기소시점은 다음달 9∼10일이 유력하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있음을 고려해 주요 정치일정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소시점을 앞당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