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미세먼지' 서울시, 비판 여론에 무료 대중교통 중단했지만…

고농도 미세먼지의 영향으로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수도권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된 26일 오전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출근길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서풍을 타고 온 국외 오염물질과 대기에 머물던 국내 오염물질이 한반도 상공을 빠져나가지 못함에 따라 이어지고 있는 최악의 수도권 미세먼지는 27일까지 '나쁨'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사진=뉴스1

최악의 미세먼지가 나흘 연속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26일 서울시와 인천, 경기도를 포함하는 수도권 미세먼지가 지난 23일부터 4일째 '나쁨' 단계를 기록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환경관리공단에 따르면 통합 대기 상태도 이날 '매우 나쁨' 단계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에서 미세먼지 물질이 유입되는데다 '대기정체'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국내 발생 요인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부도 결국 26일 '수도권 미세먼지 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수도권 3개 시·도에 위치한 7650개 행정, 공공기관 소속 임직원 52만7000명은 차량 2부제를 의무적으로 적용 받아 오늘은 짝수 차량만 운행할 수 있다.

또 행정·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대기배출 사업장은 단축 운영되고 건설공사장은 공사시간 단축과 살수 차량 운행, 분진 흡입차량 가동 등과 같은 미세먼지 발생 억제조치를 시행하고 나섰다.

특히 서울시는 한술 더 떠 본청 등 공공기관 주차장 450여 곳을 전면 폐쇄했다. 하지만 실효성 논란에 휘말렸던 출·퇴근 시간 대중교통 무료 운영은 더 이상 시행하지 않기로 했다.


지난 1월 15일과 17, 18일 세 차례 대중교통 요금 면제가 적용됐는데 당시 교통량 감소가 1.7%에 불과했다는 통계가 나오면서 거센 실효성 논란에 직면한 것. 이후 서울시는 고민 끝에 대중교통 요금 면제 중단 결정을 내렸다.

서울시는 당초 한 번에 50억원이 드는 이 정책을 예산 증액을 해서라도 계속 시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올해 대중교통 무료운행 예산은 250억원으로 책정됐다. 비상조치 발령 횟수가 늘어나 250억원을 뛰어넘는다면 추가적 심의를 통해서라도 재난관리기금을 사용하거나 추경예산을 편성해 대중교통 무료운행을 시행한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껏 150억원이 소요됐음에도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 여론에 떠밀려 결국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미세먼지 대중교통 무료 운행은 미세먼지가 '재난'이라는 대중의 인식을 고취시키는데는 기여했다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자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이 참여하는 수도권 통합 대기관리 논의도 급진전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3개 시도 협의를 진행한데 이어 오는 30일 수도권 대기환경청, 지자체 정책협의회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30일 논의에는 수도권 비상저감조치 발령시 2.5t 이상 노후 경유차의 운행 중단, 환경부 차량 친환경등급제 도입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출퇴근 대중교통 무료 정책을 중단하는 대신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는 날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2005년 12월 이전 등록된 2.5t 이상 경유차 등 공해 유발 차량의 서울 내 운행을 제한키로 했다. 통행 중단 조치를 어기면 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제재 방안도 도입한다.

서울시는 환경부와 함께 차량의 친환경 수준을 7등급으로 나눠 라벨을 부착하는 '자동차 배출가스 친환경 등급제'(0~6등급)도 도입한다. 올해 연말부터 하위 5~6 등급 차량의 사대문 안(녹색교통진흥지역) 운행을 시범적으로 제한하고 내년부터 전면 제한한다. 환경부는 오는 4월 친환경 배출등급을 고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차량 2부제 확산을 위해 비상저감조치 발령 때 자동차 운행을 하지 않는 개인과 기업에는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승용차 운전자에겐 승용차 마일리지를 통해 특별 포인트를 제공한다. 마일리지 회원이 비상저감조치 시행일에 자발적으로 자동차 운행을 하지 않으면 한 번에 특별 포인트를 3000포인트 부여한다. 승용차 마일리지는 연간 주행거리 감축량·감축률에 따라 연 2만∼7만원의 인센티브를 모바일 상품권, 아파트 관리비 차감 등의 방식으로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