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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참새들의 방앗간, 놀이터

광화문 머니투데이 김익태 사회부장 |입력 : 2018.03.2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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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터는 유년 시절 소중한 추억의 장이다. 놀이터에서 아이들끼리 모여 노는 풍경이 흔했다. 땅따먹기, 얼음 땡, 고무줄놀이, 말뚝 박기, 딱지치기, 모래 장난, 오징어, 비석 치기…날이 저물어 엄마가 저녁 먹으라 부를 때까지 동네 형·누나·동생들과 어울려 놀이에 빠져 있었다. ‘아파트 공화국’의 아이들에겐 낯설겠지만, 동네 골목길은 이웃 간 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랑방이었고, 또 다른 놀이터였다.

놀이터는 단순한 놀이 공간이 아니었다. 놀며 다투기도 했지만, 누군가의 중재로 양보하며 새로운 규칙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 하며, 배려하고 인내하는 것을 배웠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관계의 기본이 놀이터에 있었다.

올 3월 유치원에 입학한 4살짜리 딸은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놀이터에 꼭 들른다. 유치원으로 통하는 아파트 단지 길에 있다. 조합 놀이대, 그네, 시소를 갖춘 '붕어빵' 놀이터다. 엄마 손을 잡고 집에 올 때 꼭 놀고 온다. 그래 봐야 30여 분 길어야 1시간 정도다. 미세먼지 심한 날은 건너뛰기 일쑤다. 그래도 또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단다. 놀이기구는 덤이다. 딸에겐 친구들과 마냥 뛰놀 수만 있다면 그곳이 곧 놀이터다.

형제가 많던 옛날엔 가족끼리도 놀이가 충분했다. 지금은 친구들이 아니면 놀이조차 어렵다. 학원에나 가야 친구들을 볼 수 있다. 성공에 대한 강박과 낙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사교육이 낳은 왜곡된 결과다. 그나마 휴식 시간은 스마트폰, 게임 등으로 보낸다. 학업 스트레스 세계 1위, 삶의 만족도 최하위. 한국 아이들의 우울한 현실이다.

아파트 단지 한구석에 처박혀 있는 낡은 놀이터지만, 요즘엔 이것도 어디냐 싶다. 놀이 기구를 갖춰 놀이 시설로 등록된 곳은 전국 7만여 개. 아파트 놀이터가 3만5000여개, 일반 공원이 9000여개다. 나머진 식당 등 큰 영업소 내 키즈 방, 키즈 카페 등이다. 얼핏 보면 흔하디흔한 게 놀이터다. 편의점과 치킨 가게도 4만 개 정도다.

하지만 허울뿐이다. 햇볕 잘 들고 터 좋은 곳은 어른들의 공간이다. 말이 좋아 놀이터지 외지고 어두운 곳에 놀이 기구 몇 개 놓고 놀이터란다. 접근성이 떨어지니 방치되고, 시나브로 노숙자나 주취자가 점검한 ‘버려진 땅’이 됐다.

2015년엔 안전 검사에 불합격한 전국 1500여 곳이 폐쇄됐다. 일부는 보수를 거쳐 다시 열었지만, 여전히 방치돼 있거나 아예 사라진 곳도 많다. 방치된 놀이터 상당수는 서민들이 많이 사는 오래된 소형 아파트나 연립주택 밀집 지역에 집중됐다. 놀이공간의 ‘부익부 빈익빈’이다.

“요즘 애들이 놀이터에서 노냐?”며 주차장이나 다른 용도로 활용하는 곳도 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잘 노는 곳으로 만들지를 고민하지 않고 일단 없애고 보자는 식이다. 아동놀이 정책의 선진국인 영국은 놀이터를 지역사회에서 가장 좋은 곳에 짓고 있다. 접근성도 뛰어나고 안전하다.

아이들에게 놀이란 삶을 누리고 배울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경험이자 권리다. 놀이와 함께 인성과 창의성이 자란다. 친구들과 놀며 협동심과 자주성이 형성된다. 하지만 놀 틈이 없는 아이들은 놀 벗도 놀 터도 잃었다. 놀이경험을 박탈당했다. 아동기에 해야 할 많은 것들을 잊어버렸다. 아동기 실종이 우리나라처럼 급속도로 진행된 곳도 드물다. 아동기 상실은 폐쇄적이고 타율적인 사고형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놀이터는 돌봄과 보육의 공공영역으로 인식돼야 한다. 나아가 잃어버린 도시공동체 복원의 장도 될 수 있다. 크고 기막힌 놀이터가 아니어도 좋다. 동네 놀이터가 부활해야 한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는 할 수 없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즐거운 놀이터를 만들어 주는 것, 우리 어른들의 몫이다.
[광화문]참새들의 방앗간,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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