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의 연장전] 로저스, '구단자체 단순주의'로 끝?

최재훈의 머리를 툭 내리치는 로저스 /사진=넥센 히어로즈

넥센 로저스의 한화에 대한 행위는 명백한 '공식야구규칙' 위반이다.


넥센 외국인투수 에스밀 로저스는 지난 2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KBO리그 개막전 한화전에 선발 등판, 그라운드서 도를 넘는 친목 행위를 저질렀다.

한화가 공식 항의했고 넥센도 인정했다. 넥센은 주의를 줬다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야구규칙은 선수 간 친한 태도를 취하는 것을 분명히 금지하고 있다. KBO 차원의 징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일고 있는 이유다.

2018 공식야구규칙에 따르면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다음 사항을 금한다'(3.09)며 (1)선수가 경기 전, 경기 중 또는 경기종료 후를 막론하고 관중에게 말을 걸거나 함께 어울리거나 스탠드에 앉는 것, (2)감독, 코치 또는 선수가 경기 전이나 경기 중 관중에게 말을 걸거나 상대의 선수와 친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 설명한다.

KBO 공식 야구규칙 캡쳐.

로저스는 해당 경기서 상대 팀 한화 선수들이 불쾌감을 느낄 정도로 장난스런 행동을 반복했다. 2회에는 홈에서 아웃된 최재훈의 머리를 글러브로 툭 쳤다. 5회에는 자신이 견제 아웃시킨 양성우를 겨냥해 두 손가락으로 본인 눈을 가리키는 제스쳐를 취했다. 아웃된 주자였기 때문에 단순 친목을 넘어 도발로도 느껴질 만했다.

1군 지도자 출신의 한 야구인은 로저스의 행동을 두고 "한국 야구를 무시하는 느낌도 들 정도였다. 한국 선수들끼리도 친한 표현은 하지만 눈빛 교환 수준이 전부다"라고 지적했다. 전례가 없는 일이다. 선후배 관계로 얽힌 한국 선수들끼리도 이 정도는 아니다. 지난 17일 LG와 두산의 시범경기 때 김현수가 친정팀을 2년 만에 만났을 때에도 재회 인사는 조심스러웠다. 타석에 들어서며 옛 동료 양의지의 가슴팍을 툭 친 게 전부였다.

넥센도 심각성을 인지했는지 논란이 불거지자 바로 사과했다. 넥센은 "상대방이 장난이라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그건 장난이 아니며 그렇다면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라며 "로저스에게도 주의를 해야 한다고 이야기 했다. 앞으로 이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구단은 주의로 끝낼 수도 있다. 그러나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KBO는 입장을 명확히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상대 팀이 공식적으로 문제를 삼은 만큼 단순 해프닝은 아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라운드에서 허용되는 친목 행위의 선을 확실하게 그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