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수사권 조정'연계 문총장 발언에 법조계도 찬반 양론

=

문무일 검찰총장(왼쪽)과 이철성 경찰청장.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검경수사권 조정의 정부안이 가시화하면서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해관계기관인 검찰과 경찰은 물론 청와대까지 말을 보태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박상기 법무부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비밀회동을 갖고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협의를 마쳤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찰의 반발이 거세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2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검찰패싱'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때로는 과감한 어조로 불편한 속내를 내비쳤다.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아 있던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가 이처럼 본격화한 배경으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실천하려는 청와대의 의지가 거론되고 있다. 오는 5월 취임 1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문 대통령의 청와대가 대선 공약인 검찰개혁과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한 가시적 성과를 내놓아야 할 타이밍이 도래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자치경찰제과 수사권 조정 관계 있나…"논리적 필연관계 없어"

재조·재야 법조계와 법학계 다수 인사는 경찰권 분산 및 견제 필요성에 대한 문 총장의 인식에 뜻을 같이한다.


다만 검경수사권 조정이 가시화한 가운데 문 총장이 해당 발언을 한 것이 자칫 검경수사권 조정 반대를 위한 반대로 비칠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다수 형사사법 전문가들은 문 총장 발언의 내용에는 동조하면서도 시점과 발언방식의 적절성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우리의 현행 경찰제도는 경찰권이 분산되지 않은 강력한 국가경찰제이다. 또 경찰은 국민 인권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수 있는 막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이용할 수 있는 조직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이 때문에 형사사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찰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집권자에게 경찰이 휘둘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통제의 필요성이 있다는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돼 있는 셈이다.

굳이 형사사법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경찰을 직접 체험한 일반 국민들도 경찰에 대한 적절한 통제의 필요성에 강한 공감을 표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한국인의 강압통치를 위한 일제의 비정상적인 경찰권 강화와 권위주의 정부 시대의 경찰권 남용이 사회에 남긴 상흔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공청회에서 경찰에 수사 전권을 줄 경우 '경찰파쇼'가 우려된다며 그럴 바에야 차라리 '경찰파쇼'보다는 '검찰파쇼'가 낫겠다는 취지의 발언이 나온 것 또한 입법자와 국민들의 경찰권 비대화에 대한 우려의 시각을 드러낸다.

문 총장이 "자치경찰제와 수사권 조정을 같은 레벨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로 한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입법자들이 경찰에 대한 통제가 없으면 경찰국가, 더 나아가 자칫 경찰파쇼로 진행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검찰에게 경찰에 대한 감시적 기능을 준 것은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문 총장의 발언이 문제시 되는 이유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경수사권 조정 논의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개혁 대상인 검찰이 개혁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거세게 반발을 하며 핑계 아닌 핑계를 대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소재 법학전문대학원의 A 교수는 "검찰은 이미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단호히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검찰총장이 단시간 내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로 한 수사권 조정을 언급한 것은 결국 수사권 조정 반대를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지난날의 권한남용으로 개혁의 도마위에 오른 검찰이 당장 시행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자치경찰제' 도입을 전제로 한 수사권 조정을 언급한 것에 다른 속내가 있는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자치경찰제 도입여부와 검경수사권 조정이 논리적 필연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일축했다.

검찰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축소 논의를 위해 꼭 경찰권 분산이 선제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검찰개혁 차원에서 검찰의 권한은 분산시키면 되고, 경찰권력 비대화에 대한 견제와 경찰개혁 논의는 별도 논의·진행돼야 할 문제라는 시각이다.

즉 경찰이 조정안을 토대로 새롭게 행사하게 될 수사권한을 내부에서 어떻게 쪼개 쓰든 이는 정책조정의 최고 결정권자인 '청와대'와 이를 입법화하는 국회가 숙의하고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는 얘기다.

◇ 청와대 추진방식·수사권 조정 방향에 우려 시각도

학계와 법조계 일각에선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박상기 법무장관, 김부겸 행안부 장관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비공개 협의를 한 것이 검경수사권 조정 문제을 원만하게 마무리 짓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국가 권한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이해 당사자의 한쪽인 검찰의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이 생략되는 바람에 불필요한 잡음이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강제적 공권력인 '수사권'을 어떻게 배분하고 조정할 것인지에 관한 최종권한이 청와대에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해 관계자들이 실무영역에서 느끼는 점을 충분히 수렴할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김학린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협상학과 교수는 "검·경수사권 조정은 말 그대로 동등한 이해관계기관인 두 주체가 하는 협상이 아니라 청와대라는 더 높은 권력집단이 최종 판단을 내리는 조정"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종 결정은 청와대 권한"이라는 점을 전제했다. 이어 "업무권한에 대한 조정이기 때문에 이해관계기관의 얘기를 듣는 것과 결정을 하는 것은 다른 매커니즘"이라며 "청와대가 충분한 의견 청취를 한 뒤 조정안을 정하는 경우와 아닌 경우는 같은 결론이라도 차이가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검찰이 거듭 현 정부의 수사권 조정안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고, 법무부장관과 협의를 거쳤기 때문에 굳이 검찰 의견을 청취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조정과 관련한 검찰의 입장이 단호하게 결정돼 있고 이미 검찰은 여러 번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에, 그러한 사정들을 참고 해 협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교수는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권 비대화는 청와대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수사권 조정에 관계없이 경찰에 먼저 잡혀 가게 된다"며 "청와대는 당연히 검찰개혁과 동시에 경찰 개혁 역시 강도있게 진행 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법조전문기자·법학박사]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