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커피와인·밭담체험 등 6차산업 메카 '부상'

제주커피수목원 김영한 대표가 커피생두를 발효한 와인 체험프로그램을 설명하고 있다./서귀포=민동훈 기자

#"농업도 이젠 서비스 개념을 도입해야 하며, 도시인들이 체험 등을 통해 농업을 즐거운 놀이로 생각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지난달 27일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 자락에 위치한 '제주커피수목원'에서 만난 김영한 대표는 농촌 6차산업이 갖는 의미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임원을 역임하고 귀농한 김 대표가 문을 연 제주커피수목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커피로 만든 와인을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커피맛과 와인맛을 같이 느낄 수 있는 커피와인은 제주산 커피 생두와 화산수로 만들었다. 커피 생두를 발효시킨 커피와인을 한번 더 증류한 커피 브랜디도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진귀한 술이다.

제주에서 처음으로 커피를 재배를 시도해 이른바 제주형 커피라 할 수 있는 '제주몬순커피'를 생산했다. 이를 바탕으로 커피 생산부터 와인·브랜디 등으로의 2차가공, 제품 판매, 체험 프로그램까진 진행하고 있다.

블로그 등을 통해 입소문이 퍼지면서 2016년 2500여명이었던 체험객 수가 지난해에는 5000여명으로 2배 늘었다. 최근에는 커피원두 원료로 한 화장품도 개발해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것은 물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해외식품박람회 참석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수려한 자연 경관을 앞세워 대표적인 국내 관광지로 각광 받던 제주도가 이처럼 농산물 생산(1차)부터 제조·가공(2차), 유통·체험·관광 등 서비스(3차)를 한데 어우르는 농업 6차산업의 메카로 주목받고 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지정된 제주 밭담 농업시스템./제주=민동훈 기자

이에 정부와 지자체는 화산섬이라는 제주도의 지형적 특성을 활용한 '밭담' 농업시스템, '올레길' 등 전통 자연유산을 ICT(정보통신기술), 관광 및 서비스 등과 접목한 농촌체험마을 등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특히 제주도 전역에 위치한 밭담의 경우 2014년 FAO(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로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지정받았다. 경작과정에서 나온 돌을 밭 주위에 쌓으면서 가족단위의 소규모 공동체에 의해 제주 전역에 걸쳐 쌓인 밭담은 제주 전역 2만2000km에 달한다.

제주시는 제주밭담의 브랜드화 및 지역 마을과 연계한 특화상품 개발을 통해 농촌마을의 6차산업 생태계 구축을 목적으로 2016년부터 올해까지 3년간 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제주밭담 활용 농촌마을 6차산업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식품부도 세계중요농업유산보전관리사업과 농촌다원적자원 활용사업 등을 통해 예산지원을 하고 있다.

제주 웃뜨리 권역의 아홉굿 의자마을 전경/제주=민동훈 기자

또 농식품부는 농촌체험휴양마을이 모여있는 웃뜨리 권역의 아홉굿 의자마을, 저지리 농촌체험휴양마을, 청수리 농촌체험휴양마을 등을 농촌개발 성공사례로 주목하고 있다.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6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웃뜨리 권역 농촌종합정비사업을 통해 마을을 정비하고, 주민 스스로 마련한 승마체험, 감귤체험, 보리를 활용한 요리체험, 곶자왈 탐방체험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실제로 이들 3개 마을의 방문객수는 2016년 7만2000명에서 지난해 9만명으로 25% 증가했고,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통한 매출은 3억7800만원에서 4억3300만원으로 14% 늘었다.

최봉순 농식품부 농촌산업과장은 "농업·농촌의 6차산업화는 농업에 서비스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도시인들의 체험을 통해 농업의 가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농촌입장에서 보면 기존자원을 활용한 개발을 통해 지역사회 활성화를 꾀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으로 지정된 제주 밭담의 돌틈 사이로 마늘밭이 보이고 있다. /제주=민동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