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트럼프 맹공에 로비력 증강…"기술업계 최대 규모"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최고경영자, 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FPBBNews=뉴스1

아마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맹공에 맞서 로비력을 기술업계 최대 규모로 증강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마존 사이에 전운이 짙어진 셈인데 전문가들은 이 싸움에서 트럼프가 질 공산이 크다고 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일(현지시간) 자체 분석을 통해 워싱턴 정가를 상대할 아마존 내부 로비스트가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14명에서 28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기술업계 최대 규모다. 실리콘밸리 경쟁사인 구글은 13명, 페이스북과 애플은 각각 8명에 불과하다.

아마존의 로비 인력은 2014년 초만 해도 3명뿐이었다. 지금은 JP모간체이스(11명)와 시티그룹(7명) 등 입법에 민감한 월가 대형은행보다 더 많은 인력을 갖췄다. 아마존의 로비 예산은 2014년 이후 4배 늘었다.

아마존의 로비스트들은 드론(무인기), 자율주행차, 항공물류, 사이버보안, 지적재산권, 클라우드컴퓨팅, 국방부 조달, 세금 등과 관련한 의회 입법과 정부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주목할 건 아마존이 로비 인력을 대거 늘린 게 트럼프 대통령의 맹공 속에 이뤄진 일이라는 점이다. 트럼프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연일 아마존을 공격하고 있다. 그는 아마존을 세금을 내지 않는 독점자라고 몰아붙이고 터무니없는 배송료로 연방우정국(USPS)의 손실을 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베조스가 소유한 워싱턴포스트(WP)는 아마존의 로비스트라고 폄하했다. 트럼프는 취임 전에도 아마존과 WP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트럼프의 아마존 때리기는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유출 파문, 우버와 테슬라의 자율주행차 사망사고 등과 맞물려 미국 증시의 랠리를 주도해온 기술주의 급락을 부채질했다.

아마존(검정) 주가·S&P500지수 변동률 추이(2017년 10월4일=0 기준, %)/자료=블룸버그

미국 인터넷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날 증시 불안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을 실제로 공격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자신이 그동안 증시 랠리를 제 덕이라고 뽐내온 만큼 증시에 직격탄이 될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아이작 볼탠스키 컴퍼스포인트 정책 애널리스트는 "트럼프의 엄포에도 백악관이 (아마존을 공격하기 위한) 실제 계획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며 "백악관이 계속 잠자코 있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존 공격은 시장 지수에 해를 줄 것"이라며 "시장 지수는 트럼프가 반복적으로 주장해온 성공의 근거"라고 덧붙였다.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에서 아마존이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한다.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선임 편집인인 조시 배로는 이날 쓴 논평에서 트럼프가 아마존과 충돌하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로는 트럼프의 지지자들조차 아마존의 고객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공격으로 아마존의 배송료가 오르면 1억명에 달하는 미국 소비자들이 모두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아마존 편에 서는 건 올해 말 중간선거와 2020년 대선을 앞둔 트럼프에게 정치적인 악몽이 될 수 있다.

배로는 또 아마존이 일시적인 정치 논쟁을 버틸 저력이 충분하다며 당장의 수익보다 성장을 우선시하는 아마존이 트럼프보다 오래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