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시 남녀차별 논란 은행권, 전체 직원 성비는 남녀 균형 왜?

은행권이 채용시 남녀차별 의혹으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검찰과 금융감독원은 각각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대졸 정규직 공채 과정에서 남성을 더 많이 뽑으려 남성에게 가점을 주거나 점수를 조작한 혐의가 포착됐다고 밝혔다. 채용시 은행권의 남녀차별은 어느 정도일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은행권의 실제 남녀 채용비율과 직원 구성비를 조사했다.

5일 심상정 의원실과 머니투데이 조사에 따르면 주요 은행의 대졸 정규직 공채시 여성 채용비율은 10명당 3명꼴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 직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남성과 거의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았다. 이는 영업점 창구 전담직원인 텔러는 대개 여성 대상으로만 뽑기 때문이다.


심상정 의원실에 따르면 2015~2016년 KB국민·우리·신한·KEB하나·IBK기업 등 5대 은행의 대졸 공채시 남성 채용비율은 평균 70.7%, 여성 채용비율은 평균 29.3%로 나타났다. 우리은행은 여성 채용비율이 36.0%로 가장 높았고 국민은행(34.5%)과 기업은행(32.5%)이 뒤를 이었다.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은 25.1%와 18.4%로 30%에도 못 미쳤다.

은행 대졸 공채에 남녀가 어떤 비율로 지원해 최종 채용비율이 남녀 7 대 3으로 결정되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원자 자료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서류전형이 끝난 뒤 6개월 안에 파기하기 때문에 성비를 확인할 길이 없다”며 “다만 지원자 수는 남성이 많은 편이고 성적대로 채용했는데 남성이 더 많이 뽑힌 것”이라고 말했다.

채용담당 부서에 근무했던 한 시중은행 직원은 “정규직 공채 지원자 중 남성이 많은 건 사실”이라며 “남녀 비율은 60대 40 정도”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류전형과 필기시험에서는 남녀 성적이 엇비슷하지만 실무면접 단계부터 남성의 성적이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대졸 공채 때는 남성이 더 많이 뽑히지만 은행 전체 직원의 남녀 성비는 비슷하거나 오히려 여성 비율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 전체 직원의 성비를 살펴보면 가장 낮은 신한은행이 44%로 남녀 비율이 엇비슷했다. 국민은행은 48%로 여성이 절반에 육박했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54%, KEB하나은행은 59%로 여성이 더 많았다.


이는 텔러가 주로 여성 대상으로만 채용되기 때문이다. 고액자산가의 자산관리를 담당하는 PB(프라이빗 뱅커)는 대졸 공채 직원을 배치하는데도 여성 비율이 높다. 한 시중은행은 PB센터의 남녀비율이 3.5대 6.5 수준으로 여성이 훨씬 많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부드럽다는 이미지가 있어 고객 상담이 중요한 업무는 아무래도 여성을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데이터분석 등 세심한 분석 능력을 필요로 하는 리스크관리 분야도 여성 비중이 높다.

반면 영업부서는 남녀비율이 8.5대 1.5 수준으로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 시중은행 간부는 “은행 수익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기업금융은 여성이 감당하기엔 영업 환경이 거칠다는 인식이 있다”며 “기업 영업 때문에 남성 직원에 대한 수요가 많았지만 최근엔 여성 인력이 늘면서 기업담당 여성 인력을 육성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은행의 여성 직원 상당수가 텔러로 일하다 보니 남녀 급여 차도 크다. 기업은행의 여성 직원 급여는 남성의 59.8%에 불과하다. 신한(60.0%)·KEB하나(60.3%)·우리(64.5%)·국민(64.5%)은행도 비슷한 수준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남녀 급여 차는 여성이 텔러 직군에 많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성은 육아휴직이 많은데 이 때 급여가 반영되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