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노태우 이후 22년…法 심판대에 오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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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8월26일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전두환(오른쪽)·노태우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서로 손을 잡고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 News1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66)이 6일 법의 심판을 받는다. 중형이 선고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22년 전 법정에 먼저 섰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재판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내란·내란목적 살인 혐의 등으로, 노 전 대통령은 내란·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 혐의로 1995~1996년 기소됐다.

이들은 기소되기 전부터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노 전 대통령은 1995년 10월 동창회에서 "문화대혁명 때 수천만명이 희생을 당하고 엄청난 피를 흘린 중국에 비하면 광주 사태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말해 파문이 일었다. 전 전 대통령도 그 해 11월 검찰의 소환 요청에 "진상규명이 아닌 정치적 필요에 의한 것"이라는 '골목성명'을 내며 반발했다.

박 전 대통령 역시 2016년 9월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국정농단' 의혹을 정면 비판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칩거하던 2017년 1월25일에는 "오래 전부터 기획된 것"이라며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만들어냈다"고 주장했다.

전·노 두 전직 대통령도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진행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사상 초유의 전직 대통령 사건인 만큼 소란행위 등 재판진행과 관계없는 여러 사건들이 법정 안팎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실제로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1996년 3월11일 재판을 방청한 학생운동가 고(故) 강경대씨의 아버지가 법정에서 다른 피고인들과 밝은 표정으로 악수하는 전 전 대통령을 향해 "당신들이 스타냐, 법정에서 무슨 악수냐"며 항의하자 전재용씨 등 세 아들이 몰려가 폭행한 일도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재판 도중 방청객이 "대통령님께 경례"를 외치거나 검사에게 "총살하겠다"며 폭언하는 일이 다수 있었다. 박 전 대통령의 가족이 재판을 방청한 일이 없었던 건 전 전 대통령과 다르지만, 극성 지지자들의 소란 행위가 반복된 건 그때나 지금이나 같았다.

전·노 전 대통령은 약 8개월의 재판 끝에 1996년 8월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구형받았다. 당시 검찰은 "국민의 군대로 하여금 시민에게 발포하게 해 민주화를 열망하던 국민들에게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게 했다"며 "다시는 이 땅에서 헌정질서를 파괴하고 뇌물수수로 국가경제를 부패시키는 범죄행위가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은 최후 진술에서 "한 정권의 정치적 시각에 따라 과거 정권의 정통성을 시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현실의 권력이 아무리 막강해도 역사를 자의적으로 정리하고 재단할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노 전 대통령도 "역사는 심판의 대상이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부터 지난 2월까지 9개월여 동안 재판을 받았다. 그 역시 지난해 10월 법정에서 "법치의 이름을 빌린 정치보복"이라며 전 전 대통령과 같이 '지난 정권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주장했다. 검찰은 "국정농단의 정점에 있는 최종 책임자"라며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전 전 대통령은 1심에서 검찰 구형대로 사형을, 노 전 대통령은 당시 법에서 정한 유기징역 최대 형량인 징역 22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공범 최순실씨(62)가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그보다 죄질이 나쁘고 혐의가 많은 박 전 대통령은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