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문학 거장' 현기영.김석범 "제주서 남북회담 개최" 제안

사진 왼쪽 두번째가 김석범 소설가, 세번째는 현기영 소설가/사진=배성민 기자

제주 4.3의 비극적 참상을 문학작품에 담아온 김석범, 현기영 소설가가 화해와 냉전 극복의 시발점은 4.3제주의 아픔이 토대가 돼야 할 것이라며 향후 남북 회담을 제주에서 개최하는 것도 좋겠다는 제안을 6일 내놓았다.

두 작가는 이날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1층에서 열린 ‘4.3문학의 거장, 김석범과 현기영이 4.3을 말한다’ 대담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소설 ‘순이삼촌’, ‘지상의 숟가락 하나’ 등의 작품에서 4.3의 아픔 등을 형상화한 현기영 작가는 “싸울 수 없는, 지는 싸움이라도 봉기할 줄 아는 것이 인간이고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 문학”이라는 말로 4.3에 대한 단상을 내놓았다.

현 작가는 1948년 4.3의 기억 때문에 30여년간 눈물을 제대로 흘리지 못 했다며 “4.3은 북도 남도 아닌 민족을 생각하고 통일된 정부를 원하고 친일파 청산을 원했던 이들의 저항이었다”고 설명했다.

‘지상의 숟가락 하나’가 국방부의 불온서적으로 분류된 것 등과 관련해서는 “온전한 사람을 불온하게 보는 것이 나쁜 사람들이 아니냐”고 반문하며 “군인도 분명 민주시민의 연장선상에 있고 특히 군부 정권 하에서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1987년 6.10항쟁 이후 민주화가 진전된 시기에 그렇게 됐다는 것이 더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소설 ‘까마귀의 죽음’, ‘화산도’ 등을 일본에서 발표하며 제주 4.3을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알린 김석범 작가는 “4.3은 제주만이 아닌 해방 후 3년을 포함한 해방공간의 재심판 과정에서 자리매김돼야 한다”며 “4.3이 4.3민중항쟁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모든 사람의 소망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4.3이 통일 조국의 후예들에게 어떻게 기억돼야 할지 생각해 볼 일”이라며 “4.3은 민주주의 투쟁의 첫걸음으로 피(로 얼룩진)바다이기도 했다”고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대담을 마무리하며 현기영-김석범 작가는 “4.3 가해자들에 대한 진상보고서와 피해자는 없더라도 가해자에 대한 (역사상의) 재판은 필요하다”며 “(대통령 등이 나서 사과했지만)당시 책임이 있는 군인과 경찰 등도 제주도민에게 사과하는 절차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오전 제주 4·3평화공원에서 열린 4·3희생자 추념일 추념식에 참석해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며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