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 체포영장에 '버티기'… 재기 노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6일(현지시간) 지지자들이 브라질 동남부도시 벨로 리존테의 9월7일 광장(셉템버세븐스퀘어)에 모여 룰라 전 대통령을 응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5일(현지시간) 룰라 전 대통령이 상파울루 인근 금속노조 본부에서 거리의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과거 브라질 노동자의 영웅으로 불렸지만 퇴임 후 부패 혐의로 징역 12년을 선고 받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전 대통령(72)이 자진 출두 명령에도 불구하고 버티기에 나섰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까지 파라나주 쿠리치바 연방경찰에 자진 출두해야 했지만 버티기 끝에 시한을 넘겼다. 룰라 전 대통령이 자진출두 했을 경우 곧바로 구속 수감이 예정돼 있었다.

앞서 지난 5일 브라질 연방대법원에서는 룰라 전 대통령의 '불구속 상태에서 상고심 재판을 받게 해달라'는 불구속 신청이 기각됐다. 연이어 하루도 안돼 세르히오 모로 연방 1심 판사가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다만 모로 판사는 룰라가 전 대통령이었던 점을 예우해 경찰 강제 출두가 아닌 24시간 내 자진 출두를 명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2009년 재임 시절 정부 계약 수주를 도와주는 대가로 건설사로부터 호화 복층 아파트 등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지난해 7월 1심 재판에서 징역 9년 6개월을, 올 1월 2심에선 징역 12년 1개월을 선고받았다.

룰라 전 대통령이 버티기에 나선 건 오는 10월 예정된 대선 출마를 통해 재기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룰라를 대체할 뚜렷한 후보가 없는 좌파 진영이 룰라 전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서면서 셈법이 복잡해졌다.

현재 룰라 전 대통령은 상파울루 인근 금속노조 본부에서 수천명의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보호받고 있다. 룰라의 소속 정당인 좌파 노동자당(PT)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정치 탄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당 관계자들은 룰라 변호인단과 당국이 구속 수감을 막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6일(현지시간) 지지자들이 브라질 동남부도시 벨로 리존테의 9월7일 광장(셉템버세븐스퀘어)에 모여 룰라 전 대통령을 응원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룰라 전 대통령은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 1위로 그를 강제로 구인할 경우 국민적 여론 분열이나 물리적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브라질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은 브라질 부패방지법에 따라 공직 선거 후보자로 출마할 수 없다. 대선 후보 등록은 8월15일까지이며 이후 브라질 고등 선거법원이 룰라 전 대통령의 자격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