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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날]화려한 치어리더…무대 뒤까지 따라가봤다

[야구가 돌아왔다-②]주 7일 근무에 무릎아프고 끼니걸러도…"무릎 닳을 때 까지 치어리딩 하고싶어"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이상봉 기자 |입력 : 2018.04.15 05:02|조회 : 78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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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월 화 수 목 금…. 바쁜 일상이 지나고 한가로운 오늘, 쉬는 날입니다. 편안하면서 유쾌하고, 여유롭지만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오늘은 쉬는 날, 쉬는 날엔 '빨간날'
왼쪽 위부터 조연주, 서유림, 조아련 치어리더가 대기실에서 메이크업을 고치고 있다. 안무연습을 하기엔 공간이 부족했다. /사진=한지연 기자
왼쪽 위부터 조연주, 서유림, 조아련 치어리더가 대기실에서 메이크업을 고치고 있다. 안무연습을 하기엔 공간이 부족했다. /사진=한지연 기자
지난 7일과 8일, 한화 이글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리는 수원 KT위즈파크에서 만난 김은빈(27) 서유림(26) 조아련(25) 조연주(19) 목나경(18) 한화 치어리더. 양손 가득 메이크업 도구와 의상, 응원도구들을 챙긴 가방을 들고 있어 악수할 손이 없다.

야구와 농구, 축구 등 모든 스포츠 경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치어리더'는 전문 응원가다. 팬들 사이 응원 분위기를 주도해 '야구장의 꽃'으로 불리며 야구선수를 능가하는 팬덤을 형성하기도 한다. 하지만 무대 위 화려한 모습과 달리 무대 아래서 흘리는 땀방울과 눈물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짧게는 몇 개월에서 길게는 5년 정도 치어리더로 살아온 이들은 야구 시즌엔 주 7일, 쉬는 날이 따로 없다. 경기 날엔 시작 2~3시간 전 미리 경기장에 도착한다. 8일 오후 5시 경기를 위해 대전에서 낮 12시에 출발했다.

경기가 없는 날엔 하루종일 안무실에서 새로 나온 안무를 연습한다. 무대에 선보일 곡 선정과 안무를 짜는 것, 춤에 맞는 의상을 제작하는 것도 치어리더 몫이다. 매번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니 무릎 관절 통증은 고질병이다.

치어리더들이 직접 준비한 응원도구, 옷 등이 담긴 가방을 들고 있다./사진=한지연 기자
치어리더들이 직접 준비한 응원도구, 옷 등이 담긴 가방을 들고 있다./사진=한지연 기자
경기 전 준비할 것들이 태산이지만 근무환경은 그다지 좋지 않다. 홈구장엔 치어리더를 위한 대기실이 잘 갖춰져 있지만 원정 땐 예외다. KT 구장은 3루 내야 끝 쪽에 위치한 흡연실을 원정 치어리더 대기실로 만들었다.

도착 후 제때 대기실을 안내받지 못한 탓에 치어리더들은 체감상 영하의 날씨에 대기실 앞에서 짐을 들고 덜덜 떨었다. 차에서 내려 5분 거리에 있던 대기실에 30분이 지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다. 기다란 모양의 대기실은 원정 치어리더 4명이 앉으면 공간이 꽉 찬다.

추위에 떨던 것도 잠시, 치어리더들은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메이크업은 이미 완료한 상태다. 곧장 치어리더 복장으로 갈아입은 후 경기 시작 전 마지막 안무 합을 맞췄다. 좁은 대기실이 음악소리와 치어리더들의 숨소리로 가득 찼다.

이조차 지난해 치어리더를 향한 잇따른 성추행 사건 이후 생긴 큰 변화다. 지난해 중순까지만 해도 전 구장에 원정 치어리더 대기실이 없어 치어리더들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끼니를 해결해왔다.

왼쪽부터 서유림, 목나경, 응원단장, 조연주 치어리더 /사진=한지연 기자
왼쪽부터 서유림, 목나경, 응원단장, 조연주 치어리더 /사진=한지연 기자
경기 시작 15분 전, 한화 이글스의 유니폼 복장을 한 치어리더들이 경기장으로 발랄하게 뛰어나간다. 무대 바로 앞 자리에 앉기 무섭게 팬들의 사진 요청이 쏟아진다.

국기에 대한 경례와 함께 치어리더들의 업무도 시작된다. 1회 초 공격에 오른 한화이글스 공식 응원곡으로 첫 무대를 시작했다. 절도있는 손동작에 팬들이 홀린 듯 그들과 함께 움직였다. 단연 야구장 분위기를 띄우는 일등공신이다.

이날 수원의 최저기온은 2.6℃로 강풍이 불면서 체감 온도는 영하까지 떨어졌다. 패딩을 입고도 담요를 두른 팬들이 많았지만 반팔 유니폼과 핫팬츠를 입고도 치어리더들은 무대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춥지 않다"는 그들의 말과 달리 손과 귀는 이미 새빨개졌다.

치어리더 앞에 자리한 김완택씨(36)은 "가만히 앉아 야구를 보면 무슨 재미가 있느냐"며 "치어리더들과 함께 응원하려고 응원석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임종현씨(39)도 "치어리더들은 팬들이 같이 호흡하며 응원할 수 있게 해준다"며 "야구선수뿐만 아니라 치어리더도 야구 팬들에게 굉장히 의미가 크다"고 칭찬했다.

서유림, 목나경, 조연주, 김은빈 치어리더(왼쪽부터)/사진=한지연기자
서유림, 목나경, 조연주, 김은빈 치어리더(왼쪽부터)/사진=한지연기자
치어리더가 단순히 외운 춤 동작을 기계처럼 반복한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경기 내내 흐름을 쫓아가며 상황에 맞는 응원을 선보인다. 응원곡을 소화하는 와중 한화 선수의 삼진. 치어리더들은 아쉬워 방방 뛴다. 아웃과 세이브 비디오 판독 중에는 "세이브"를 목청껏 외친다. 조아련 치어리더는 "치어리더는 '풀시즌권자'"라며 "어떤 경기든 항상 같이 가고, 같이 응원하고, 같이 아쉬워 한다"고 말했다.

한화가 수비로 전환할 때도 치어리더들은 쉬지 않는다. 무대 가장 앞 자리에 앉아 경기흐름에서 눈을 떼지 않고 손 동작을 이용한 응원을 계속한다.

4회 초, 바람처럼 옷을 갈아 입은 후 다시 무대에 올랐다. 목나경 치어리더는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경기 중 옷을 한 번 갈아입는다"고 설명했다. 김은빈 치어리더는 "경기 중엔 쉬는 시간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4회 초 옷을 갈아입을 때 간단히 간식을 주워먹는 게 끼니의 전부"라고 말했다.

경기 전 치어리더가 등장하자마자 사진 찍기를 요청하는 팬들이 몰려들었다./사진=한지연 기자
경기 전 치어리더가 등장하자마자 사진 찍기를 요청하는 팬들이 몰려들었다./사진=한지연 기자
무대에선 격렬한 응원동작을 하느라 몸이 힘들다면, 수비 땐 팬들이 성화다. 치어리더들은 경기 전과 후에는 친절히 팬서비스를 하지만, 경기 중엔 사진 요청을 거절한다. 엄연한 업무시간이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해 화를 내는 팬들도 가끔 있다.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 치어리더들은 옷을 갈아 입을 때 2인1조로 이동한다.

치어리더들은 불상사는 일부 사례일 뿐, 팬들에겐 감사한 마음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유림 치어리더는 "팬들과 아이컨택을 하며 함께 응원하고 소통하다보면 아픈 것도 잊고 신이 나 춤을 추게 된다"고 말했다. 김은빈 치어리더는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무릎이 아파도 무대에 올라갈 땐 아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인기가 많은 한화 치어리더를 꼽으라면 단연 조연주다. 그는 걸그룹 레드벨벳의 멤버 아이린을 닮은 외모로 '한화의 아이린'으로 불린다. 팬들의 계속된 사진 요청이 힘들만도 한데 조연주 치어리더는 "너무나 영광스러운 별명"이라며 "팬들에겐 언제나 감사한 마음"이라며 웃었다.

왼쪽부터 서유림, 김은빈, 목나경, 조연주 치어리더. /사진=조연주 인스타그램
왼쪽부터 서유림, 김은빈, 목나경, 조연주 치어리더. /사진=조연주 인스타그램
이날 한화이글스는 KT위즈에 10대2로 대패했다. 소속 팀이 지고 있을 때 치어리더의 활약은 더욱 빛난다. 패배 확정 후 마지막으로 오른 무대에서 치어리더들은 시무룩해진 팬들을 달래기 위해 더 크게 웃고, 무릎이 부서져라 춤췄다. 조연주 치어리더는 "경기에서 지고 있으면 팬들을 위해 더 크게 동작한다"며 "팬들의 활력소를 이끌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기자는 이날 5시간 넘게 매의 눈으로 치어리더를 지켜봤다. 치어리더들은 강력한 추위에도, 힘든 안무에도 '단 한 순간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즐기며 치어리딩하는구나'하는 존경심마저 들었다. 경기를 마친 그들에게 앞으로의 꿈을 물었다. 함박웃음을 짓던 5명의 치어리더들은 마치 짠 듯 같은 답을 했다. "몸이 움직이는 한 평생, 팬들과 함께 치어리더로 살고 싶어요."



[빨간날]화려한 치어리더…무대 뒤까지 따라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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