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의 시장(市長), 4번째 광장(廣場)

세종대로 가운데 광화문광장이 조성된 2010년 7월 세종대로 전경(왼쪽).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확장 공사 후 예상 조감도. /사진 제공=서울시

광화문광장이 또 바뀐다. 10일 광화문광장 확장과 경복궁 앞 역사광장 조성을 골자로 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안)'이 발표됐다. 계획이 시행되면 서울의 '얼굴' 광화문 일대가 새롭게 변모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 역시 정치권이 주도해 조성한 한국 광장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날 발표된 기본계획에 따르면 광화문광장은 세종문화회관 방향(광장 서쪽)으로 이어져 현재의 3.7배(1만8840㎡→6만9300㎡) 넓이로 확장된다. 또한 광화문삼거리도 4만4700㎡ 넓이의 역사광장으로 신규 조성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를 통해 광화문광장을 역사성이 회복된 보행 중심 공간으로 변모시킬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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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광장·서울광장·광화문광장…'관치(官治) 광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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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된 업무협약식에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또 한번의 관(官) 주도 광장 조성이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권이나 시가 주도해 조성한 여의도광장, 서울광장과 비슷한 양상이라는 지적이다. 종교시설, 시장 등을 중심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오래전에 조성된 서구의 광장과 다른 한국 광장의 특징이다.

이공희 국민대 건축학과 교수는 "한국의 광장은 시대의 상징과 권력자를 드러내는 '트로피 건축'의 양상을 보여왔다"며 "앞선 광장들의 사례와 방법은 다르지만, 특정한 메시지를 남기기 위해 조성된 광장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로피 건축'은 시대의 상징, 의미를 담은 거대한 건축물을 지으려는 현대건축의 양상을 뜻하는 용어다. 1989년 미국 경제지 '포천'이 성공한 중·장년 남성이 결혼을 반복하며 새로운 아내를 얻는 관행을 꼬집으며 만든 말인 '트로피 와이프'(Trophy wife)에 빗댄 단어다.


이 같은 지적에 서울시 관계자는 "2016년 9월부터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참여한 포럼에서 광화문광장 조성 방향을 논의했다"며 "이후 여러차례 시민 설문조사, 토론회를 거치며 의견 수렴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표는 확정된 안이 아니라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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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변화, 상징성 해쳐"…'광장 문화'도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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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차례 반복된 대규모 조형물 조성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2000년대에만 종로구 일대에 청계광장(2003년), 서울광장(2004년), 광화문광장(2008년)이 착공됐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시작으로 오세훈·박원순 시장까지 모두 임기 중 새 광장 조성에 나선 셈이다. 이 교수는 "도시를 상징하는 공간은 오랫동안 바뀌지 않으면서 오히려 힘이 생긴다"며 "너무 잦은 변화가 되레 상징성을 해친다"고 지적했다.

공간의 형태 뿐 아니라 '광장 문화'에 대한 고민이 앞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광장이 정치적 의사표현의 장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집단에 의해 개인과 일상이 밀려나는 부작용도 낳았다"며 "하드웨어(공간)에 대한 고민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대해서도 고민해야한다. 다양한 활동과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새로운 '광장문화'를 논의해야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