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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이낙연의 공정, 김상곤의 공정

광화문 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입력 : 2018.04.11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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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테스트’는 ‘공정’을 핵심가치로 여기는 문재인정부의 기조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채용비리가 불거지자 지난해 7월 공공기관에 블라인드 방식으로 직원을 뽑도록 했다.

이를테면 금융감독원은 채용시험에서 서류전형을 없애고 필기시험을 두 번 보기로 했다. 정량평가로 걸러 부정시비를 막는다는 의도다. 대다수 공공기관도 정량평가적 요소를 강화하고 블라인드 면접으로 주관이 개입될 수 있는 여지를 최소화했다.

많은 이가 간과하지만 블라인드 테스트의 전형은 사법시험과 대입 정시(수능)다. 남녀를 따지지 않고 나이를 묻지 않는다. 출신 학교나 지역이 당락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 점수에 승복해야 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해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추진한 수능 절대평가를 반대하며 “91점과 100점이 똑같이 1등급인데, 91점은 합격이고 100점은 불합격이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한 것은 정량평가의 공정성을 극적으로 드러낸 말이다.

사시와 대입 정시, 두 제도는 좋은 인재를 고를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로스쿨과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처럼 공정성 논란은 없었다. 정량평가를 통해 블라인드 테스트의 본질을 잘 구현했기 때문이다.

논리적으로 따져 보면 블라인드 테스트를 강조하는 문재인정부는 정성평가인 로스쿨 입시에 정량평가 반영비율을 높이는 것보다 사시를 존치해야 했다.

같은 맥락에서 수능도 확대해야 마땅하다. 로스쿨 입시에 블라인드 면접을 도입하고 정량평가적 요소를 강화해온 김 부총리의 교육부가 정작 수시 학종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이란 정량평가적 보완장치를 없애라고 대학에 권고한 건 자가당착이다.

공공기관 공채와 로스쿨 입시에서 정량평가로 ‘공정성’을 높이려 했는데 수시 학종에서 최저학력기준을 폐지하거나 절대평가로 수능을 무력화하면 ‘공정성’을 낮추는 행위가 된다.

교육부가 비슷한 시기에 정시 확대도 같이 주문했다고 하는데 수능 최저기준 폐지나 수능 절대평가는 정시 확대와 정면으로 부딪친다. 한국에 교육부가 2개 있거나 교육부가 모순적인 논리를 가진 조직이 아니고선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공공기관 채용이나 로스쿨, 수시 학종에 대한 그동안의 문제제기는 제도 자체와 운영주체에 대한 불신이 있으니 이를 바로 잡자는 생각에서 이뤄졌다.

수시 학종의 경우 제도의 긍정적 취지보다 부작용과 폐해가 두드러진다. 비교과 과목에 대한 사교육까지 해야 하고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와 자기소개서를 채우기 위해 돈과 에너지를 소진해야 한다. ‘금수저 전형’이라 불리는 이유다.

합격과 불합격의 근거를 알 수 없는 ‘깜깜이 전형’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정성평가라는 특성상 객관적이기보다 주관적이기 쉽다. 게다가 최순실의 딸 정유라와 관련된 이화여대 입시·학사비리를 겪으면서 대학이 공정할 것이란 기대는 무너졌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등의 교수들이 중·고생 자녀를 자신 논문의 공동저자로 올린 게 드러났다. 수시 학종에 필요한 스펙 관리를 해줬다는 의혹이 커졌다. 이처럼 제도와 운영주체에 대한 신뢰가 바닥인데 그대로 두고 갈 수는 없다.
[광화문]이낙연의 공정, 김상곤의 공정


정부는 입시제도를 매만지기 전에 공공기관 채용비리와 마찬가지로 대학의 수시 학종을 전수조사라도 해서 의심을 해소해야 한다. 이 일을 수시 학종이 소신인 김 부총리가 ‘공정’하게 할 수는 없을 테니 이 총리가 지휘해야 한다. 그런 뒤 수시와 정시를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한다. 그게 일의 순서다.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지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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