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의 금요일', 왜 무서워할까

2018년 4월 달력. 13일이 금요일이라 불길한 날로 여기는 인식이 많다./사진=남형도 기자

"여보, 오늘 13일의 금요일이야. 조심해."

직장인 이준태씨(39)는 이날 출근하면서 아내에게 농담 섞인 당부를 했다. 늘 "그런 게 어딨어"라는 핀잔을 듣곤 하지만 매년 돌아올 때마다 한 번씩 다시 보게 된다. 이씨는 "어릴 때부터 13일의 금요일하면 왠지 불길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며 "이유는 잘 모른다. 그냥 믿진 않지만 넘기기엔 찜찜할 뿐"이라고 말했다.


'13일의 금요일'이 돌아왔다. 지난해 10월 이후 반년 만이다. 올해는 이달 말고도 세 달 뒤인 7월에 또 돌아온다. 내년에는 9월과 12월, 통상 1년에 2번 정도는 13일의 금요일을 맞는다.

통상 이날은 불길한 날로 여겨지지만 대다수는 이에 대해 괘념치 않는 편이다. 주부 송모씨(34)는 "어렸을 때부터 그저 속설처럼 무서운 날로 들었던 기억이 있을 뿐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직장인 이선민씨(32)도 "안 좋은 일이 생길거라는 생각을 안하면 다른 날과 똑같은 날"이라고 말했고, 직장인 전모씨(36)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날 정도"라고 일축했다.

13일의 금요일에 대한 미신은 예수가 처형당한 날이 금요일이라는 가설에서 비롯됐다는 견해가 있다. 그리고 예수와 그의 제자들인 12사도를 합치면 13인이기도 하다. 예수를 배신한 유다가 '최후의 만찬'에서 차지한 자리도 13번째였다. 그래서 13일의 금요일이 불길한 날로 여겨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13이라는 숫자 자체가 서양에서는 불행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오죽하면 '13일의 금요일 공포증(paraskevidekatriaphobia)'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이날만 되면 불안을 호소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도시전설에 불을 지핀 것은 갖가지 사건들이다. 불길한 사건이나 재난·사고가 이날에 터지면 "그것 봐라, 역시 불길한 날이다"하고 여기는 것이다.

1970년 11월13일 금요일에는 사이클론 '볼라'가 파키스탄 전역을 덮쳐 수십만명이 실종되는 초유의 재난이 발생했다. 1972년 10월13일 금요일에는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에서 칠레 산티아고로 가던 비행기가 안데스 산맥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루과이 럭비팀과 가족 등 45명 중 절반 이상이 사망했다. 1898년에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한 사업가가 13일의 금요일에 자신을 포함한 13명의 사람과 저녁 식사를 한 뒤 살해되는 사건도 발생했다.

최근 벌어진 사건을 보면 2015년 11월13일 금요일 프랑스 파리 시내 6곳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IS가 동시 다발적 테러를 일으켜 130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하지만 13일의 금요일이 불길한 날이라는 것은 속설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 2008년 네덜란드 보험통계센터(CVS)가 조사한 결과 13일의 금요일은 다른 날의 금요일과 비교해 오히려 사고나 화재, 도난의 건수가 적었다. 조사 결과 통상적인 금요일의 교통 사고 건수는 평균 7800건이었지만, 13일의 금요일에는 7500건으로 더 적었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숫자 13을 행운의 숫자로 여기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13일의 금요일을 조심하는 것이 인간의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나쁜 일이 생겼는데 13일의 금요일이다, 자기 경험에서 이런 일이 한두번 생기면 스스로 법칙처럼 만드는 것"이라며 "인간은 위험을 피하고 싶은 심리가 있다. 생존해야 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정보에 더 민감하고 소문이 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곽 교수는 "경계를 하는 정도면 괜찮지만 일상생활에 피해가 갈 정도로 미신주의자가 되지 않게끔 조심해야 한다"며 "합리적이지 않은 것에 매달리면 인생이 너무 좁아지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