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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야누스의 두얼굴 '매크로'…업무 효율 도구? 여론조작 도구?

['공적'된 인터넷공론장②]티켓 싹쓸이·수강신청·여론조작 등 악용…적발 어렵고 제재 수단 없어

머니투데이 김지민 기자 |입력 : 2018.04.17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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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오늘 인터넷 뉴스에 따라붙은 댓글, 공감횟수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십알단, 국정원 댓글 개입 사태에 이어 민주당원 댓글조작 파문까지 포털 댓글 서비스는 이미 여론조작의 전쟁터가 된 지 오래다. 이를 악의적인 목적으로 활용하려 했던 정치 세력도 문제가 있지만, 이를 방조한 포털 책임도 없지않다. 고대 그리스 시대 직접 민주주주의를 실현하는 디지털 공론장으로의 기능은 '신기루'에 불과했던 걸까.
임종철 디자인 기자
임종철 디자인 기자
‘1초’에 ‘5개’.

지난 1월 17일 밤 10시. 평창올림픽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을 알리는 기사가 네이버에 올라온 후 이 기사를 지지하는 것을 의미하는 ‘공감’ 수가 늘어난 속도다. 공감 수는 불과 2분30초 만에 7백여개가 늘어났다. 매크로(Macro) 프로그램의 위력이다.

민주당원들의 댓글조작 사태로 인터넷 여론조작에 사용된 매크로 프로그램에 또다시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댓글·공감 클릭 등을 통한 여론 조작뿐 아니라 클릭 조작을 통한 블로그 마케팅, 온라인에서 정상 티켓을 대량 구입한 뒤 비싼 가격에 암표 되팔기 등 온갖 사이버 부정 행위에 악용되고 있어서다. 검색포털·게임 등 온라인 기업들도 매크로 프로그램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다양한 방지기술을 적용하고 이용자 제재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이를 우회하는 새로운 매크로 기술이 등장하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끝없는 창과 방패의 전쟁이 시작된 셈이다.

◇칼의 양면 ‘매크로’, 편의와 불신의 경계에 서다=IT업계에 따르면 매크로는 반복되는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게 만든 도구다. 원래 투입하는 인력과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효율을 높이려는 용도로 만들어졌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엑셀이다. 엑셀에 있는 매크로 기능은 실제 업무환경에서 다방면에 활용된다. 같은 내용의 메일을 수신자명만 바꿔서 보내는 작업도 매크로를 활용하면 훨씬 수월하다.

매크로는 스크립트가 공개돼 있고 프로그래밍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만 있으면 누구나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프로그램 업무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최소 10만원대에서 최대 100만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구매할 수 있다”며 “포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공공연하게 판매되고 있어, 얼마든지 원하는 용도의 매크로 프로그램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도구를 악용하는 사례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이번 포털 댓글조작 활용되는 뿐 아니라 온라인 게임에서는 반복적인 작업을 통해 아이템을 얻는데 동원된다. 모바일 게임인 ‘검은사막 모바일’을 제작한 펄어비스는 매크로 프로그램을사용하는 이용자 수가 크게 늘면서 최근 매크로를 포함한 각종 비인가 프로그램 사용자에 대한 강도 높은 제재 방안을 검토 중이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하는 블로거들이 광고를 부정 클릭하고 페이지 뷰를 높이는 데도 매크로가 쓰여왔다. 입장권이나 예약권을 대량으로 구매해 원가의 수배에 달하는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암표 시장이나 경쟁률이 치열한 대학 수강신청에서 매크로를 사용하는 사례도 있다.

◇매크로 악용 막기엔 기술·제도적 한계=문제는 사이버 공간에서 매크로 프로그램 부정 활용사례가 크게 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해 규제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따르면 타인의 컴퓨터에 악성코드를 설치하거나 유통하는 경우엔 처벌할 수 있지만, 자신의 PC에 깔린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행위에 대해선 처벌하기 어렵다. 악성코드로 간주하려면 전체 시스템을 교란할 수준이 돼야 하는 데 기술적으로 이를 입증하기 쉽지 않다. 지난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소속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댓글을 달거나 추천 수를 조작할 경우 최대 징역 2년 이하의 징역형이 가능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도 이 때문이다.

서비스 운영사가 매크로 방지 기술을 적용해 인위적 조작을 막는 것이 현실적으로 최선이다. 업계도 앞다퉈 매크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서비스 신뢰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사람과 컴퓨터를 구분하기 위해 사람만이 인지할 수 있는 문자가 포함된 변형된 이미지를 보여주고 해당 문자를 입력해야 다음 단계가 처리되는 정책인 캡챠(CAPTCHA)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게임, 인터넷상거래 업체 등에서도 매크로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과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매크로 방지 보안장치가 진화하면 할수록 이를 우회하는 프로그램 변종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가령, 댓글 조작 시 한꺼번에 공감 클릭 수를 늘리면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금씩 천천히 클릭 숫자를 늘리는 매크로 프로그램이 주로 활용된다. 이 경우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는지, 이용자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이뤄진 것인지 전문가들도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인터넷 기업들이 선포한 ‘매크로’와의 전쟁을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매크로는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 활용되고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기술이 악용된 후 사후적인 조치밖에 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맛있는 요리를 하려고 만들어진 칼이 강도에 악용되는 것을 사전에 팔지 못하게 할 수는 없는 이치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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