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기록 지워달라"… 英기업인, 구글 상대 승소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사진=뉴스1

온라인에서 '잊힐 권리'를 놓고 벌어진 소송에서 구글이 패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영국 런던고등법원은 13일(현지시간) 과거 범죄 기록이 검색되지 않도록 구글에 요구한 기업인의 손을 들어줬다.

과거 '불법 사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은 이 기업인은 "10년도 넘은 일이 아직도 검색되면서 고통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2월 구글을 유럽 정보보호법 상 개인정보 오·남용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은 판결에서 이 기업인의 범죄 정보에 대해 "시효가 지났다"며 "구글을 검색하는 대중들이 해당 기록에 관심을 가진다는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직업과 상관 없는 범죄기록"이라며 구글에게 해당 기록을 검색결과에 나오지 않게 하라고 판결했다.

구글은 이날 성명에서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 앞서 구글은 지난 2월 범죄 기록이 "중대한 공익을 수호한다"며 삭제를 거부했다. 당시 구글 측 변호인 앤서니 화이트는 "잊힐 권리가 역사를 새로 쓰거나 소송 제기자 희망대로 과거를 재단하는 권리는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잊힐 권리' 논란은 지난 2014년 유럽사법재판소(ECJ)가 검색결과에 나오는 개인정보 삭제 권리를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뒤 더욱 불거졌다. 최근 4년 간 구글에 접수된 과거기록 삭제요청은 약 250만 건이고, 구글은 이중 8%는 범죄 관련, 7%는 직무 관련 잘못이라고 밝혔다. 구글은 공익과 사생활권을 저울질해 공익이 높다고 판단되는 것을 제외한 107만 건의 정보만 삭제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번 판결이 영국에서 '잊힐 권리' 원칙에 의거해 내린 첫 판결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FT는 다음 달 시행되는 강화된 유럽 개인정보보호법이 "잊힐 권리를 더욱 보장해줄 것"이라며 영국과 유럽 전역에서 관련 소송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범죄 기록 지워달라"… 英기업인, 구글 상대 승소

英서 '잊힐 권리' 의거한 첫 판결… 검색 결과서 옛 범죄기록 삭제 요구 받아들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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