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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재판⑨ : 대통령 친구 빽과 '불굴의 낙하산'

[박근혜 재판으로 보는 '법과 정치'] '허리 통증' 병원 간 朴…'뇌물 공여' 이재용 결과는?

머니투데이 김현아 기자 |입력 : 2018.04.17 18:17|조회 : 50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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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로 꽁꽁. /사진=뉴스1
이불로 꽁꽁. /사진=뉴스1

지난 이야기 요약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슬슬 마무리돼 가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되지만 검찰의 구인장 집행을 거부하며 서울구치소에 틀어박힌다. 건강이 안 좋아 남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갈 순 없지만 본인 재판엔 꼬박꼬박 출석하는 朴. 한때 일주일이나 재판에 나가지 않게 만들었던 왼쪽 네번째 발가락을 치료하기 위해 드디어 서울구치소와 법원이 아닌 새로운 곳으로 외출하고. 朴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 날짜가 다가오는데…


#9 대통령 친구 빽과 '불굴의 낙하산'

朴의 재판에선 늘 난리굿이 펼쳐졌어. 朴 덕후들이 朴이 등장하고 나갈 때마다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소리를 지르고, 휴대폰 벨소리 울려대고, 자기가 朴의 딸이라느니 헛소리를 하는 등등. 참다못한 재판부는 행동에 나섰어. 그동안은 말로만 경고하고 법정에서 강제퇴갤 조치만 취했다면 이제는 방청석을 찍는 캠코더도 설치하고, 2017년 8월10일 재판에서 '질문있다'면서 소리지르고 난리친 사람한텐 과태료 50만원을 물리기도 했지. 앞으로의 재판은 부디 조용하고 고요하길.

이제 그만 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이제 그만 좀.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주4 일정으로 빡세게 달려온 朴네 재판은 2017년 8월14일 일시정지됐어. 하루쯤은 쉬어가는 타임을 가지기로 했지. 그리고서 2017년 8월17일과 18일 열릴 재판엔 제법 네임드가 증인으로 나오기로 했어. 17일엔 朴이 '나쁜 사람'으로 찍었던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과장이랑 최순실 은행계좌를 관리해준 이상화 전 KEB 하나은행 본부장이 나오기로 했고, 18일엔 최순실의 측근이자 '정유라의 승마 도우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가 나오기로 했거든.

먼저 '나쁜 사람' 진재수 전 과장은 2013년 7월에 노태강 당시 문체부 국장과 함께 승마협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조사한 보고서를 제출했던 사람이야. 그 전에 최순실 딸냄 정유라가 승마대회에 나갔는데 1등을 못했거든? 2등에 그치니까 최순실이 '으아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이거슨 모두 승마협회 파벌 싸움 때문이다!'라며 朴에게 고자질을 하고, 朴이 문체부에 '승마협회를 탈탈 털어보세요'라 지시했다는 게 이 '나쁜 사람' 사건의 기본 배경이야.

조사를 맡은 진재수 전 과장과 노태강 국장은 '승마협회가 문제가 있긴 한데 최순실도 거기에 끼어있음. 에블바디 잘못'이란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했지. 그러자 분노한 최순실이 朴에게 2차 고자질을 시전했고, 朴이 진재수 전 과장과 노태강 국장을 '나쁜 사람'이라고 찍어다가 저 멀리 한직으로 보내버리거나 아예 잘라버리려 했단 게 이 사건의 플로우고.

정유라가 1등만 했어도…
정유라가 1등만 했어도…
진재수 전 과장은 승마협회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도 살펴봤더랬지. 알고보니 박원오 전 전무는 예전에 사문서 위조 같은 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어. 이런 사람을 믿을 수 있겠어? 보고서에 박원오 전 전무를 두고 '믿을 수 없는 사람' '이 인간 말만 믿고 일 벌였다간 나중에 빼박 함정각'이란 평가를 적었대. 소오오름인 건 그렇게 보고서를 써서 청와대에 보낸 바로 그날! 박원오 전 전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단 거야. '나를 그렇게 보다니 서운하네?'란 내용이었지. ㄷㄷㄷ 청와대에 올라간 보고서를 이 민간인이 어떻게 본 거? 내용을 어떻게 알고서 이런 협박성 전화를 시전한 거? ㄷㄷㄷ

진재수 전 과장은 이 전화를 받고 현실소름이 돋았대. 조만간에 안 좋은 일이 일어날 거란 느낌적 느낌을 받았대. 그리고 그 느낌은 현실이 되었고 진재수 전 과장은 문체부 산하 한국예술종합학교로 발령이 났지. 이쯤되면 사직서를 확 내버려? 싶었지만 애들도 어리고 해서 정년까진 버티려 했는데 어느날 무시무시한 얘기가 들려왔대. 朴이 듀오 '나쁜 사람' 멤버인 노태강 국장을 두고서 '아직도 이런 사람이 근무중?'이라고 물어봤단 얘기 말이야. 이 얘긴 곧 대통령이 아직도 눈에 불을 켜고 듀오 '나쁜 사람'을 지켜보고 있단 거잖아! 그래서 진재수 전 과장은 정년이고 뭐고 얼른 이 곳을 탈출하는 게 낫다고 보고 명예퇴직을 신청했어.

"靑에 보고한 자료가 '민간인' 박원오에 바로 유출"

'지금은 어엿한 차관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사진=뉴스1
'지금은 어엿한 차관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사진=뉴스1
'최순실네 금고지기'란 별명이 붙은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본부장은 최순실 빽으로 승진했단 썰이 도는 사람이야. KEB하나은행의 독일법인에서 일하면서 최순실을 위한 계좌도 만들어주고 관리도 해준 사람이지.

이상화 전 본부장은 2017년 8월17일 오후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서는 '아무래도 최순실이랑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이랑 친한 관계고, 그래서 안종범 전 수석이 힘을 써서 날 승진시킨 각'이라고 증언했어. 최순실은 안종범 전 수석과 어떻게 알게 됐을까? 안종범 전 수석은 왜 빽이 되어준 걸까?

말 좀 해보세요, 최순실씨.
말 좀 해보세요, 최순실씨.
재판부가 캠코더도 설치하고 과태료도 물려가며 열혈방어에 나섰지만 朴덕후들의 깽판은 레벨이 업그레이드되고 있었어. 이번 재판에선 50대 아재 한 명이 검사들을 두고 '총살할 거야'라느니 '니들도 처벌받을 거야'라고 드립을 쳤다가 '감치 5일' 처분을 받았어. '감치'가 뭐냐고? 경찰서 유치장이나 구치소, 교도소 같은 데다 가둬두는 걸 말해. 이 '총살' 아재는 朴이 있는 서울구치소에 강제입갤됐어.

"너희 총살할거야" 朴재판 소란자, '감치5일' 처분

다음날 재판에 나오기로 했던 박원오 전 전무는 후두암 수술을 받아서 2주간은 말을 할 수 없다며 안나왔어. 아쉽지만 박원오 전 전무의 얘기는 나중에 듣기로 하고 이날부터 본격 '블랙리스트' 재판을 시작하기로 했지. 문화예술계 인사들 중 일부를 '좌파'로 찍어다가 리스트를 작성하고선 이 사람들, 단체들한텐 정부 지원금을 주지 않기로 한 그 사건 말이야. 일단 첫 타임엔 朴과 함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다가 실행한 혐의로 딴 데서 재판을 받은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1심 재판 기록을 두고 서증 조사를 진행했어.

재미없게 서류만 들여다 보냐고? 현실등판도 할 거야. 김기춘 전 실장은 2017년 9월14일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어. 다만 심장이 아프다는 김기춘 전 실장이 진짜로 재판에 나올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옷 갈아입을 기력도 없어 환자복 입고 법정에 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옷 갈아입을 기력도 없어 환자복 입고 법정에 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朴은 줄곧 '블랙리스트? 그게 뭐임?'이라며 혐의를 부인해왔어. 김기춘 전 실장의 1심 재판부는(이즈음 김기춘+조윤선 사건은 2심으로 넘어감) 선고를 내리면서 '朴이 어디까지 보고를 받았을지 알지 못함'이라고 판단했었거든? 朴이 '문화예술계 곳곳에 숨어 있는 좌파 척결 가즈아!'라고 깃발을 든 건 맞지만, 아랫사람들이 작성한 블랙리스트를 보고받았을 거 같긴 하지만, 진짜로 구체적인 리스트를 보고받았는지랑 朴이 실제로 '이대로 ㄱㄱ' 지시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거지. 이건 곧 朴이 블랙리스트 사건의 공범이 아니란 얘기. 朴에겐 이득인 부분.

하지만 朴네 재판에서도 이 판단이 유지될지는… 검찰이 딴 재판부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증거를 득템한다면? 자, 이제부터 게임을 시작하지.

본격적으로 블랙리스트 재판을 살펴보기 전에 알아둬야 할 단어가 있어. 바로 '건전콘텐츠'란 건데 벌써부터 쌍팔년도 냄새가 물씬 나지? 朴정부는 '문화예술계가 잘못돼 있다' '좌파한테 접수당했다'고 비판하면서 좌파가 점령하지 않은 순결한 애국보수 콘텐츠를 '건전콘텐츠'라고 불렀어. 앞으로 이 단어가 자주 나올 수 있으니 동무들은 필히 기억해 두라우.

'특검의 겸둥이' 장시호는 2017년 6월에 진즉 석방됐다.
'특검의 겸둥이' 장시호는 2017년 6월에 진즉 석방됐다.
朴네 재판은 주4 진행이란 거, 알고 있지? 여러 사건을 동시에 재판하고 있는 것도 유노윤호? 2017년 8월21일 재판은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뇌물 사건을 다루기로 했어. 최순실의 언니의 딸내미인 장시호가 운영한 바로 그 재단! 삼성한테서 돈 받아 운영한 바로 그 재단!이지.

증인으로 누가 나오냐면. 이름만 들어도 누군지 웬만하면 다 알 거야. 장시호의 절친이자 국내 대회랑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등등에선 금메달을 턱턱 따냈으나 6번이나 나간 올림픽에선 노메달에 그친 그 사람. 아니 그 선수. 이규혁 전 영재센터 전무가 증인으로 등판할 예정이었지.

장시호와 친하다는 이규혁 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전무.
장시호와 친하다는 이규혁 전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전무.
영재센터 사건은 특검한텐 난이도가 되게 낮은 사건이었을 거야. 이미 '특검의 겸둥이' 장시호가 예전 일들을 기억나는대로 다 불었으니까. 이모(=최순실) 뒤통수도 때려가며 알고 있는 건 죄다 불었으니까.

최순실이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었을 이번 재판은 초장부터 뒤숭숭한 분위기였어. 한 朴덕후 아재가 '朴을 유죄로 만드는 오판을 하면 사법부 전체가 다 살처분 당한다!'고 소리를 쳤기 때문이지. (이 아재는 재판 끝나고 10일 감치 처분행)

"기획 탄핵" 朴 법정서 고함친 40대, 감치 10일 처분

오늘은 올림머리가 영;; /사진=뉴스1
오늘은 올림머리가 영;; /사진=뉴스1
朴 재판에서 벌어진 두 번째 감치 처분이자 감치 일수 신기록 경신이라 그런가, 이번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이규혁은 이 '살처분' 아재에 묻히고 말았어.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 날짜가 얼마 남지 않아서 사람들의 관심은 죄다 그리로 몰려 있었고.

이재용 부회장의 선고가 바로 다음날로 다가온 2017년 8월24일 朴은 블랙리스트 재판을 받았어. 저번에 김기춘·조윤선네 재판 선고에서 朴에게 이득인 결과가 나왔다고 했잖아? 역시나 朴네 변호인은 이걸 근거로 들고 나왔지. 청와대가 '좌파 척결하고 보수로 가즈아!'라고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고 그게 곧 블랙리스트 혐의가 유죄란 얘긴 안 되는 거고, 朴은 블랙리스트를 1도 보고받거나 지시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어.

반면 노태강 전 국장한테 사표 내라고 압박을 넣은 혐의에 대해선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는 형사재판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이라고 쉴드를 쳤어. 원래부터 대통령이 뫰대로 할 수 있는 부분이라 재판 거리도 안 된단 얘기지.

한편 블랙리스트 혐의의 '공범'인 김기춘 전 실장은 아쉽게도 朴네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지 않기로 했어. 朴네가 몸이 아픈 김기춘 전 실장을 생각해서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하는 데 동의보감했기 때문이지. 한때 청와대 내 최애였던 김기춘 전 실장과의 재회는 이렇게 꽝! 다음 기회에!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朴도 심장 쫄깃하게 기다려왔을 이재용 부회장의 1심 선고 날이 됐어. 둑흔둑흔. 과연 이재용 부회장은 유죄인가, 무죄인가!

정답은 '반반'입니다. 뇌물공여 혐의 중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 준 건 무죄, 정유라 말타기랑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78억원(약속한 거까지 합하면 213억원)을 지원한 건 유죄 판결이 내려졌어. 이재용 부회장네 재판부는 朴과 최순실이 공범이 맞다고 판단했어. 朴과 최순실이 뇌물을 받기로 공모를 했으며, 다만 돈을 朴이 직접 받지 않고 朴과 매우매우 친한 최순실네가 받았다는 얘기지.

그래도 뇌물 액수가 팍 줄었으니 이득 아니냐고? ㄴㄴ 아니야. 어차피 뇌물수수죄는 받은 돈이 1억원만 넘어가도 가중처벌잼.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인 부분. 근데 朴의 뇌물수수 혐의를 보면 1억원이 안 되는 푼돈은 1도 없다는 거… 준 사람(=이재용)이 유죄니까 받은 사람(朴+최순실)도 유죄란 거… 뇌물죄는 준 사람보다 받은 사람을 더 엄하게 처벌한다는 거…

여기까지만 들어도 朴네는 속이 터질 각인데 문제는 또 있다는 거. 이재용 부회장네 재판부는 朴이 이재용 부회장한테 '돈 줘! 돈 내놔!'라고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하는 바람에 이재용 부회장이 '아… 대통령이 달라는데 모른 척할 수도 없고' 수동적으로 뇌물을 준 거라고 봤어. 朴한텐 굉장히 불리한 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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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이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다시 구치소로 컴백한 날 朴은 언제나 그랬듯 재판을 받고 있었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혐의를 두고 재판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朴은 졸면서 굉장히 지루하고 힘들단 티를 팍팍 냈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5년에 처한다'는 선고가 내려질 시점엔 朴이 깨어 있었는데 朴네 채명성 변호사가 귓속말로 선고 결과를 알려줬대나봐. 朴은 그냥 고개를 끄덕끄덕할 뿐.

며칠 뒤 2017년 8월29일 열린 朴의 재판에선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문이 증거로 채택됐어. 뇌물을 준 사람의 판결문을 뇌물을 받은 사람의 재판에서도 써먹는 거지. 앞으로 朴 재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이름이 심심찮게 거론될 예정.

본인은 그런 적 없다지만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는 걸?
본인은 그런 적 없다지만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는 걸?
일부러 짰나 싶을 정도로 신기방기한 게 이번 재판의 증인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었어. 기억나? 이 사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승인할 거냐, 말 거냐를 두고서 국민연금공단에다가 '찬성 ㄱㄱ'로 압력을 넣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그 사람이잖아!

2심 재판을 받고 있던 문형표 전 장관은 朴의 재판에 나와서 '국민연금공단에 압력 넣은 적 ㄴㄴ' '朴한테 지시 받았냐고? 그런 적 음슴'이라고 말했어. 朴한테 보고한 적도 '음슴', 청와대 사람한테서 지시받은 적도 '음슴', 안종범 전 수석과 통화한 적도 '음슴'. 이게 웬 '음슴' 파티들이야.

다음날 朴은 다시 한번 서울성모병원에 갔어. 이날은 재판이 없는 날이라 서울구치소에서 병원으로 이동했지. 또 그 발가락 때문이냐고? ㄴㄴ 이번엔 허리야. 서울구치소가 말하길 朴은 구치소에 입갤하기 전부터 허리가 안 좋았대. 구치소에서 치료를 해도 해도 나아지질 않아서 구치소 밖 민간 병원에 데려다 준 거래.

저번에 병원에 갔을 땐 병원 쪽에서 朴 사진 못 찍게 하려고 이불로 말다시피 하고 빈 침대로 훼이크를 주더니 이번엔 좀 달랐어. 휠체어 타고 마스크 쓰고 환자복까지 갖춰 입은 朴의 모습이 포착됐으니.

좀 있음 일흔. /사진=뉴스1
좀 있음 일흔. /사진=뉴스1
朴의 검사 결과는 '나이 들어서'였어. 노화에 따른 퇴행성 증상 땜에 허리가 아픈 거였대. 속쓰림 증상도 있어서 이왕 병원 간 김에 위내시경 검사도 했는데 역류성 식도염으로 나왔고. 근데 원래 朴은 청와대에 있었을 때도 위장병이 있었다고 하니깐, 뭐. 몸이 막 크게 아프고 그런 건 아닌 걸로.

8월 말이 되면서 검찰의 똥줄이 타들어갔나봉가? 검찰이 2017년 8월31일 95명의 증인 신청 계획을 몽땅 철회했어. 이 말이 무슨 얘기냐면 '이 사람, 저 사람 등등을 증인으로 불러다가 법정에서 다같이 탈탈 털어봅시다'라고 신청했던 걸 죄다 취소했단 거야. 95명을 증인신문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들잖아? 이제 朴의 구속 기간이 진짜 얼마 남지 않았다구! 검찰 입장에선 어차피 이재용 부회장네 재판에서 '뇌물 유죄' 판결이 내려졌으니 더 힘 들일 필요도 없어졌고 말이지. 또 취소한 95명은 딴 재판에서 이미 증언을 한 사람들이라 그 기록만 가져다 써먹으면 된다구!

아프다고 징징대봤자 재판에서 빼줄 리 없는 재판부란 걸 알아서 그런 건지 朴은 다음 재판에 나왔어. 2017년 9월4일 재판엔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와서 '안종범 전 수석이 朴이 시킨 거라면서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법인장을 유럽총괄법인장으로 발령하라고 했쪄염'이라고 밝혔어. 이상화 전 법인장은 '최순실네 금고지기'라 불리는 사람이야. 독일에 있으면서 한국의 삼성 돈을 받을 때 계좌도 터주고 이래저래 도움을 준 사람이지.

이상화가 누구길래…
이상화가 누구길래…
대통령 빽으로다가 승진시켜서 삼성 돈을 더 쉽고 빠르게 먹으려 한 게 아니냔 의심이 드는 부분인데 일은 쉽게 이뤄지지 않았어. 정찬우 전 부위원장이 실제로 하나은행에다가 '한 번 알아봐'라 얘기했는데 하나은행이 아예 유럽통합법인을 안 만들기로 결정한 거야. 자리가 없는데 어떻게 가겠어;;

정찬우 전 부위원장 얘기론 한 번 삑사리가 나니까 안종범 전 수석이 또 전화를 했대. 이번엔 이상화 전 법인장을 해외총괄그룹장으로 보내라고. 중간에 끼어서 뜻밖의 메신저가 돼버린 정찬우 전 부위원장은 다시 하나은행에다 이 얘길 전했는데 이번에도 하나은행이 태클을 걸어버림. 직급이 좀 거시기해서 불가능할 거 같다며…

이쯤 됐으면 포기할 만도 하지만 불굴의 의지를 가진 최순… 朴… 아니 안종범 전 수석은 또또 연락을 합니다. 이상화 전 법인장을 본부장으로 발령내라며. 정찬우 전 부위원장은 다시 한 번 하나은행에 얘기를 전했대. 과연 이번엔 승진 ㄱㄱ?

하나은행도 참 의지가 강했어. 청와대가 요구하거나 말거나 하나은행만의 길을 가기로 했지. 이상화 전 법인장을 본부장이 아니라 지점장으로 발령을 내린 거야.

또 빠꾸를 먹은 이 상황에서 누가 등장한다? 네. 안종범 전 수석이 다시 나올 차례죠. 정찬우 전 부위원장은 또또또 안종범 전 수석의 전화를 받았어. '본부장으로 간다더니 지점장 뜬금포는 왓더?' 정찬우 전 부위원장은 하나은행에서 얘기한대로 전했지. '본인이 원츄했대요' 그러자 안종범 전 수석은 '넌 그걸 믿니?'라고 구박을 했고, 며칠 뒤에 다시 전화를 해서는 '이상화는 가고 싶다고 한 적 없다던데? 어떻게 된 거임?'이라고 물어봤대.

이 지루한 과정을 거쳐서 결국엔 이상화 전 법인장이 승진을 하고야 말았어. 2016년 2월에 글로벌 영업2본부장에 임명된 거야. 찝찝한 건 이 자리가 새로 마련된 자리란 거.


(10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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