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벤처펀드 vs 초대형IB…달아오른 벤처투자 경쟁

초대형IB(투자은행)가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코스닥 벤처펀드'와 벤처기업 투자를 놓고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그동안 자금줄이 말랐던 벤처기업은 이들의 투자경쟁을 반기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벤처펀드 설정액은 지난 16일 기준 1조1151억원으로 관련 상품을 선보인지 9영업일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이처럼 코스닥 벤처펀드가 급성장하면 벤처기업의 자금줄도 확대된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자산의 50% 이상 벤처기업이나 벤처기업에서 해제된 지 7년 이내인 코스닥 상장 중소·중견기업의 주식 등에 투자한다. 이 중 15% 이상을 벤처기업(비상장 및 상장기업)이 신규로 발행한 주식이나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등에 투자해야 한다.

특히 사모펀드는 CB와 BW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CB, BW 등에 투자해 이자를 받아 원금 보장을 노리고 주식 상승기에는 주식전환권이나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사모형 코스닥 벤처펀드는 CB와 BW의 투자 비중을 절반 이상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CB나 BW는 무담보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중견·중소기업이 선호하는 자금 조달 수단으로, 초대형IB의 주요 투자처 중 하나다. 코스닥 벤처펀드와 겹치는 투자처다.


정부는 지난해 말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갖춘 증권사를 대상으로 초대형IB로 지정했다. 초대형IB는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의 50% 이상을 기업금융에 써야 한다. 기업대출이나 회사채 인수, CB 및 BW인수,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등이 대표적인 투자 대상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발행어음 4조원을 판매할 방침이다.

현재는 초대형IB로 선정된 5개 증권사 중 한국투자증권만 발행어음 업무 인가를 받았지만 앞으로 후속 증권사의 참여가 잇따르면 관련 투자시장은 급속도로 확대될 전망이다. 여기에 코스닥 벤처펀드가 자금몰이에 나서고 있어 우량 벤처기업의 '몸값' 뛰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일부 기업의 CB,BW와 비상장 벤처기업의 지분 투자는 경쟁이 붙어 소위 물건값이 오르는 현상이 일어난다"고 전했다.

투자 경쟁은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기업 입장에선 좀 더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 한 관계자는 "안전자산 선호로 쏠렸던 자본시장이 위험을 감수하며 중소·중견기업 투자로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이라며 "일시적으로 과열이 생기더라도 길게 보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