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사탕수수밭 한인 살인사건' 용의자 국내송환 본격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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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2년 전 필리핀에서 총기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에 대한 국내송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2016년 10월 필리핀 앙헬라스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한국인 남녀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조사 결과 숨진 이들은 서울에서 다단계 유사수신업체를 운영하다 15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던 것으로 드러났다.

용의자 중 1명인 김모씨(36)는 범행 직후 국내에서 체포돼 징역 30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하지만 또 다른 용의자인 박모씨(40)는 필리핀 현지에서 체포된 후 여전히 이민청 보호소에 머무르고 있다.

법무부는 조만간 필리핀 현지에 실무진을 파견해 범죄인 인도청구 관련 실무협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17일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는 "필리핀과 범죄인 인도청구 관련해서 실무협의를 진행해오고 있었는데 그런 차원에서 실무진이 조만간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서는 "범죄인 인도청구를 해논 상태"라고 덧붙였다.

유족들은 그동안 박씨를 국내로 송환해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현지에서 재판을 받을 경우 처벌이 약하게 나오거나 증거부족으로 무죄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에서다.

유가족을 지원 해온 한국피해자지원협회(KOVA)와 유족은 지난 3월 청와대 청원게시판에 '필리핀에서 발생한 사탕수수밭 살인사건의 주범(박씨)의 송환을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유족과 KOVA는 "3명의 무고한 인명을 잔인하게 살해한 박씨는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는 전혀 동떨어진 생활을 하며 필리핀 이민청 보호소에 머물고 있다"며 "자국민이 피해를 본 사건으로 주범을 정당하게 국내로 송환해 처벌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박씨가 반성하기는커녕 모든 범죄를 부인하고 있다며 박씨 송환이 "필리핀을 비롯한 해외 각국에서 벌어지는 한국인 대상 범죄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KOVA는 필리핀으로 향하는 법무부 실무진을 통해 유족들이 박씨의 국내 송환을 원한다는 취지의 요청서를 필리핀 사법당국에 전달할 계획이다.

KOVA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재판 중이라고는 하는데 유족이 참여를 못하면서 진행이 더딘 상태였다"며 "(범죄인 인도요청을 했지만) 형식적인 요청만으로는 소용이 없다. 필리핀에서는 유족이 나서야 한다고 해서 유족의 요청서를 받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유족이 무엇을 어찌해야하는지 몰라 참여도 못했는데 법무부에서 연락이 왔다. 저희가 유족을 만나 송환 요청서를 받아 저희 기관하고 공동으로 제출했다. 법무부에서 청원 요청서 등을 필리핀에 전달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KOVA측은 이번 요청서 제출이 박씨의 국내 송환으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다. KOVA 관계자는 "박씨도 한국사람이고 피해자도 한국사람이다. 우리나라 사법당국과 유가족이 강력하게 송환 요청을 한다면 필리핀에서도 굳이 안 보낼 이유는 없어 보인다. 유족의 요청서가 좋게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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