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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유령주식 사태…증권업계 쓴약 되길

광화문 머니투데이 송기용 증권부장 |입력 : 2018.04.18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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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IB(투자은행)에 신용공여 기능을 허용해주면 외환위기 단초가 됐던 단자사 전철을 밟을 수 있다."

하영구 전 은행연합회장이 지난해 증권업계 초대형IB를 향해 날린 경고다. 증권사에 신용공여 즉 대출·지급보증·어음할인 업무를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앙숙이자 라이벌인 황영기 전 금융투자협회장의 '기울어진 운동장'론에 대한 반격이었다.

은행의 신용공여 독점을 비난하지만 정작 증권업계 능력과 도덕성은 해외에서 싼값에 빌려온 돈으로 대출을 남발하다 파산,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단자사 단자사 수준에 불과하다고 꼬집은 것이다.

황 전 회장은 "(증권사) 손발을 꽁꽁 묶어 놓고 있다"고 초대형IB 출범을 가로막는 은행에 맹렬히 맞섰다. 하지만 검투사처럼 은행과 싸우던 그가 입버릇처럼 증권업계에 당부한 말이 있다. 투자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1000조원이 넘는 대기자금이 증시로 들어오지 않는 것은 증권사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고객 이익보다 증권사와 직원 이익을 앞세우지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

사상 초유의 삼성증권 배당사고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만약 KB국민은행이나 신한은행, 삼성생명 직원 계좌로 수백 억 원의 정체 모를 돈이 들어왔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그 사람들도 돈을 확인하자마자 써버렸을까? 회사가 착오가 발생했다고 고지하고, 팝업 창을 띄우면서 거듭 호소하는데도 말이다.

증권업계 레전드(전설)로 평가받는, 지금도 운용사 대표로 현업에서 활동하는 한 인사는 유령주식 사태와 관련,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주식을 매도한 직원들을 겨냥해 '바보'가 아니면 '환자' 둘 중에 하나라고 비판했다.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 당장 현금화할 수도 없고, 계좌 기록까지 남는 주식을 단지 자기 계좌에 있다고 매도한 것은 정상이라고 할 수 없고, 병원에 가야 할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주식을 매도한 삼성증권 직원들은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일부는 수십 억 원을 물어내야 할 판이다. 한 순간, 이성을 잃은 댓가로는 너무 큰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들만이 아니다. 높은 가격에 팔려고 욕심을 부리다 실제 매매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매도 주문을 낸 직원도, 혼란을 틈타 고객에게 폭락한 삼성증권 주식을 매매해준 PB(프라이빗뱅커)도 중징계 대상에 올랐다.

삼성증권 사내에서는 문책이 가혹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부실한 시스템이 근본 원인인데 애꿎은 직원들만 잡고 있다는 것이다. 여론을 '일부 직원의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면서 회사가 져야 할 책임을 떠넘기려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삼성증권은 일차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 100원을 입력하려다 '0'을 하나 더 붙여서 1000원으로 잘못 기입했다면 팻 핑거(Fat Finger) 사고라고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사주 배당으로 1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로 입력, 전혀 다른 '원'과 '주'를 오타를 낸 것은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실무 직원의 실수를 잡아내지 못한 결제 절차도 그렇고 무엇보다 28억주, 금액으로는 112조원의 유령주식이 직원 계좌로 이체되고 501만주(약 2000억원)가 실제로 매매되는데도 차단하지 못한 것은 어떤 변명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의심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삼성증권이 이런 식으로 유령주식을 유통해 왔던 것은 아닐까?' '다른 증권사들도 이런 식으로 시세조작을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평소라면 웃어 넘기겠지만 국가 예산의 20%가 넘는 유령주가 버젓이 매매된 현실을 보면 과대망상이라고만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금융당국과 삼성증권을 포함한 증권업계는 전력을 기울여 한점 의혹 없이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 또 한국거래소·예탁결제원 등의 거래시스템을 점검해 허술한 구멍을 찾아내고 개선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모든 의혹을 해소하고 거듭나지 않을 경우 증권사는, 증권맨들은 영원히 '3류'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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