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에 교통지도까지…'슈퍼맘' 원하는 대한민국

"우리나라에서는 슈퍼맨이 아니라 슈퍼맘을 바라는 듯합니다. 맞벌이 하면서 아이들 교통지도 등 학교봉사에도 꼬박꼬박 참석해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불참해서 우리 아이가 따돌림당하거나 불합리한 처우를 받을까 걱정돼 상황이 여의치 않아도 다들 무리하는거죠."(직장인 김모씨·38·서울 송파구)

교내 학부모 활동을 놓고 어머니(워킹맘·전업주부)의 시름이 깊어진다. 자율성을 강조한 '봉사'지만 사실상 강제 할당 구조다.


교통지도, 독서 도우미 등 다양한 활동으로 시간 소요마저 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해당 활동을 없애거나 봉사를 위한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달라는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1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따르면 녹색어머니회 등 교내 학부모 봉사 동원에 대한 부정적 의견의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어지고 있다.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국가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청원자는 "최근 녹색어머니회, 어머니폴리스 등 어머니 참여로 이뤄지는 활동이 많은 것을 알게 됐다. 취지는 좋은데, 반별 할당 인원이 있는 반강제적인 것이다. 필요한 일은 대가를 지불하고 전문가를 고용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어머니를 무급노동력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문가 고용 비용은 의무교육이니 국가에서 부담하되 예산이 부족할 경우 가정과 학교에서 분담하면 된다. 다만 저소득 가정이 피해를 안 보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청원자는 "학교에서 녹색어머니회를 권했는데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봉사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민망함을 느낀다. 노인층 일자리 확대의 일환으로 녹색어머니회 폐지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어머니 활동 도우미를 구하는 한 맘카페. /사진=온라인 육아 커뮤니티 캡처

이같이 학부모들이 교내 활동에 큰 부담을 느끼는 가운데 교통지도 등의 도우미도 등장했다. 실제 일부 온라인 맘카페에는 교통지도 등을 대신해 주면 돈을 주겠다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친목도모 및 정보공유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업주부인 박모씨(35·서울 영등포구)는 "사회활동을 하는 어머니들은 모르겠지만 전업주부들은 교내 봉사 등으로 친분을 다지면서 사회활동을 한다. 아이들을 위한 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의 교내 활동 동원 문제가 매년 지적됐다. 예산을 투입해 점차 개선하고 있지만 교통지도 등의 봉사는 여전히 학부모가 주를 이룬다. 학부모의 역할과 국가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