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영화 ‘정(情)’ 400만이 봤죠"…공감으로 다가갈 것

배창호 영화감독(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

“어느새 400만명이 잠깐씩이라도 봤더라구요. 유튜브를 통해서긴 하지만 어쩌면 제 영화 중 최고의 흥행 스코어일 수도 있습니다.”

1980 ~ 90년대 최고의 흥행감독이자 오는 9월부터 열리는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신임 집행위원장으로 선임된 배창호 영화감독이 웃음지으며 농담처럼 건넨 말이다.

지난 15일 만난 그가 말한 영화는 스스로 감독과 제작을 맡아 1999년 조용히 상영됐던 ‘정(情)’(영어제목 My Heart)이다. 1910 ~ 40년대 한국의 일단과 어머니들을 그려 2000년 프랑스 베노데영화제에서 관객상과 감독상을 받은 작품으로, 배 감독도 모르게 최근 스페인어 자막이 붙은 유튜브 동영상으로 올라가면서 조회수(19일 기준 432만회)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의 스티븐 스필버그’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그는 1982년 데뷔 이후 '고래사냥', '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깊고 푸른 밤', '황진이', '기쁜 우리 젊은 날', ‘젊은 남자’ 등 내놓는 작품마다 작품성과 흥행성을 동시에 인정받았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로 작품활동이 다소 뜸했던 그가 영화제 집행위원장이라는 자격으로 오랜만에 영화팬들에게 한층 더 가까이 다가온 것이다.

울주영화제에 대해 배 감독은 “‘산의 나라’라 할 수 있는 영남알프스 자연 속에서 열리는 세계 산악 영화제를 통해 울주의 문화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며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세상을 만드는 데 일조하는 영화제로 발전시켜 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의 영화 중에는 등장인물들이 길을 떠나는 로드 무비 형식의 ‘고래사냥’, ‘안녕하세요 하나님’ 등이 있었는데 ‘영화 속 배경으로는 곧잘 산이 등장하곤 했다’며 영화제와의 인연을 풀어내기도 했다.

출품영화 심사나 영화제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는 여전한 자신의 영화 열정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많은 관객들에게 보이고 싶은 대중성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은 생각은 늘 있죠. 대중성이 있으면서도 테마가 있는, 우리 관객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그런 작품 말이에요.”

하지만 배 감독은 제작환경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예전에는 동아수출공사 이우석 선생, 태흥영화사 이태원 선생 등 제작자와 뜻만 맞으면 영화를 만들기가 쉬웠는데 이제는 관객수 예측 등 여러 잣대로 꼼꼼히 따지는 등 투자유치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그는 자신이 제작자와 감독으로 두가지 이상 역할을 하는 ‘정’, ‘길’ ‘러브스토리’ 등 독립영화 성격의 작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이같은 고민과 창작욕구 등으로 2015년 그는 지하철역에서의 추락이라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지만 그 당시를 회고하며 “2007년부터 예수의 일대기에 대한 시나리오를 썼는데, 2015년 2월 시나리오 집필을 마무리하고 3개월 동안 작품에 대한 부담감으로 수면 장애가 심하게 왔고 과연 영화를 만들 자격과 믿음이 있는지에 대한 강박과 혼란이 극심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 대한 관심이 큰 후배들에게 그는 “재능은 월등해졌고 영화에 대해 아주 재치있고.. 현실을 리얼하게 묘사하는 장점이 있지만 영화의 기본 표현법을 익히지 않아 영화는 되는데 정제된 작품이 되기에는 모자란 작품들도 일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그는 “인간에 대한 시각이 너무 어둡고 잔혹함을 잔혹함 그대로 묘사하는 작품은 싫어하고 왠지 해피엔딩이 더 끌린다”면서 “관객과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정서를 심어줄 수 있는 영화를 꾸준히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제를 통해 (산을 배경으로 해) 자연과 인간이 녹아들 수 있는 영화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는 배 감독의 희망처럼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는 국제경쟁 부문에서 42개국에서 모두 388편의 출품작이 접수됐다. 영화제는 오는 9월 7일부터 11일까지 울산광역시 울주군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열린다.

배창호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