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기획·씨제스엔터등 비상장 엔터사 실적 '울상'

지난해 주요 비상장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모두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의 한한령(한류제한령)으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위축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가수 김종국 /사진=마루기획 홈페이지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마루기획은 지난해 매출액이 144억4900만원으로 전년대비 20.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1억5400만원으로 같은 기간 44.8% 줄었다.

마루기획은 가수 김종국, 그룹 초신성, 배우 하석진, 걸그룹 보너스베이비 등의 소속사다. 김종국은 마루기획의 지분 10%를 보유한 주요주주이기도 하다.

2016년만 해도 마루기획은 코스닥 상장이 가장 빠를 것으로 기대되는 기획사였다. '런닝맨'으로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김종국의 중국 매출과 초신성의 일본 매출 등 국가별 포트폴리오가 강점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매출은 65억원 수준으로 전년과 비슷하지만 중국 매출이 5억2400만원으로 전년(28억9600만원)의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매출도 같은 기간 20.2% 줄어든 73억8200만원에 그쳤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

배우 기획사로 주목을 받았던 씨제스엔터테인먼트(이하 씨제스엔터)는 지난해 영업손실 9억7000만원을 기록해 적자로 돌아섰다. 매출액은 259억7400만원으로 42.1% 감소했다. 실적 부진은 주력 배우와의 전속계약 만료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관측된다.


2009년 설립된 씨제스엔터는 매년 450억~50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국내 최대 배우 기획사였다. 하지만 2016년 이정재를 시작으로 지난해 김선아, 김강우와 전속계약이 만료됐고 올해 곽도원, 송새벽이 소속사를 떠났다. 현재는 최민식, 설경구, 송익국, 채시라, 문소리 등 42명의 연예인이 소속돼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를 제작하고 조성하, 지진희, 김래원 등의 소속사인 HB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매출액 106억5000만원, 영업이익 5억8300만원을 올리는데 그쳤다. 특히 매출액이 전년 대비 3분의 1 수준을 급감했다.

이는 중국 드라마 수출이 막히면서 제작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드라마 제작 매출액은 24억3300만원으로 전년(217억4500만원)과 비교해 88.8% 급감했다. 중국 대형 엔터사인 화이 텐센트 엔터테인먼트 컴퍼니가 2대 주주(23.27%)로 있지만 한한령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반면 국내를 기반으로 한 엔터사들은 꾸준한 실적을 올렸다. 이승기, 이서진, 이선희, 윤여정의 소속사 후크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93억800만원으로 전년대비 16.2% 감소했다. 주력 배우 이승기가 군입대 중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프레인글로벌 소속 연예인 /사진=네이버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을 한 기획사는 류승룡, 김무열, 박용우 등의 소속사 프레인글로벌이다. 연예기획과 광고대행을 모두 영위하는 프레인글로벌은 출연과 영화 부문 매출만 보면 지난해 64억8900만원으로 전년대비 11.9% 증가했다.

특히 프레인글로벌의 뮤지컬 관련 자회사인 포트럭이 매출액 22억8700만원, 순이익 4800만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류승룡 등 연기파 배우 매니지먼트와 옥주현, 이지혜 등 뮤지컬 배우 매니지먼트가 모두 성공하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엔터사들이 2015년 심엔터테인먼트(현 화이브라더스코리아) 상장 이후 코스닥 상장을 준비했지만 지난해 실적 부진으로 제동이 걸릴 전망"이라며 "올해 한한령 해제 이후 중국 매출 확대를 통한 실적 개선이 기업가치 평가에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