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판 쩐(錢)의 전쟁' 4조 주파수 경매장 열리나(종합)

오는 6월 4조원을 웃도는 5G(5세대 이동통신) 주파수 경매전쟁이 벌어진다. 경매 최저 입찰가 총액은 약3조3000원. 경매 방식은 주파수 대역을 쪼개 블록별 개수와 위치별 조합으로 입찰하는 클락경매(Clock Auction;무기명 블록) 방식으로 결정됐다.

매물로 나온 주파수 대역이 예상보다 줄어든데다 이통 3사간 균등분할이 불가능해 입찰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최종 낙찰가가 4조원을 훨씬 웃돌 것이란 관측이다.


◇사상 최대 장 선다…‘클락 경매 방식’ 도입=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19일 주파수 할당계획 토론회에서 공개한 '2018년 주파수 경매안'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6월 3.5㎓(기가헤르쯔) 대역 280㎒(메가헤르쯔) 폭과 28㎓ 대역 2400㎒ 폭을 경매한다. 이번 5G 주파수 경매는 매물만 따져도 사상 최대치다. 전체 할당 폭(2680㎒)이 현재 이동통신 3사가 이용중인 주파수 전체 대역(410㎒)의 7배에 달한다. 최저 입찰가격만 3조2760억원.

경매방식은 주파수를 10㎒, 100㎒폭 블록 단위로 쪼개 개수(양)와 위치(순서)별로 입찰하는 '클락 경매' 방식으로 정했다. 입찰 참여 사업자들은 주파수 양과 위치를 원하는 대로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가령, 3.5㎓ 대역은 10㎒ 폭 단위로 28개 블록이 경매에 나온다. 1단계에서 이통 3사가 각각 원하는 개수의 블록을 입찰하는데, 총합이 28개를 넘을 경우 입찰가를 한단계씩 올려 2라운드, 3라운드로 이어간다. 라운드를 거칠 수록 비용 압박을 느낀 사업자가 블록 신청 개수를 줄여 수요와 공급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2단계는 밀봉 입찰 방식이다. 사업자별로 원하는 주파수 대역 위치별로 조합해 나오는 6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입찰하는데, 가장 높은 조합이 낙찰된다.


정부는 구체적인 산식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5G 투자 유도 차원에서 사업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저 경매 입찰가를 크게 낮췄다고 설명했다. 2016년 경매 당시 총 140㎒ 폭에 경매 최저가격이 약 2조6000억원(10㎒ 폭당 1857억원)으로 책정했던 것과 비교할 경우, ㎒당 단가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온다.

사업자별로 낙찰받을 수 있는 주파수 총량제한과 라운드가 진행될 때마다 증가하는 ‘입찰 증분’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총량제한은 37%(100㎒), 40%(110㎒), 43%(120㎒) 3개안을 두고 토론회 등 의견 수렴과정 후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5월 초 할당 공고를 내고 6월 중순 경매를 진행할 예정이다.

◇‘승자의 저주’ 재연?=업계에선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5G 조기 상용화로 다양한 산업에 파급효과를 노리겠다며 정부가 '할당대가 현실화'를 선언해왔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당초 기대보다 입찰 최저가는 높고, 할당 대역폭은 되레 줄었다는 지적이다.

가령, 업계의 치열한 입찰경쟁이 예상되는 3.5㎓ 대역의 경우 10㎒ 폭당 최저입찰가격은 948억원. 최근 5G 주파수 경매를 진행한 영국이 5㎒ 대역폭 당 약 15억원에서 시작한 것과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이다. 이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매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입찰가가 어디까지 올라갈 지 가늠할 수 없다”며 “자칫 이통사 모두 예상보다 높은 할당 대가를 떠안으며 ‘승자의 저주’에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줄어든 할당 대역폭도 변수다. 애초 300㎒ 폭으로 예상됐던 3.5㎓ 대역의 할당 폭이 인접 대역 공공 주파수와의 간섭 우려로 20㎒폭 줄었다. 이통 3사 균등 분할 자체가 불가능해지면서 더 많은 대역 폭을 차지하려는 이통사들의 입찰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라운드별 경쟁강도가 심화되면 이들의 주파수 할당대가 부담도 그만큼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입찰 최저가가 높다는 지적에 대해 정부는 사업자들의 부담 완화 차원에서 과거 주파수 경매 당시와 비교해 오히려 줄었다고 반박한다. 가령 2016년 총 140㎒ 폭에 경매 최저가격이 약 2조6000억원(10㎒ 폭당 1857억원)으로 책정했던 것과 비교할 경우, ㎒당 단가가 훨씬 저렴하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