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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학생이 쫓아갈 수 없다"…부모 지위·경제력이 대학입시 로켓

[길게보고 크게놀기]학종 vs 정시 논쟁…고교 교사 의견 들어보니

머니투데이 김재현 이코노미스트 |입력 : 2018.04.24 06:30|조회 : 64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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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멀리 보고 통 크게 노는 법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대학입시제도에서 ‘학종’으로 대표되는 수시와 ‘수능’으로 대표되는 정시 비율 조정을 둘러 싼 논란이 한창이다. 이에 대해 교육 현장에서 수험생을 가르치는 고등학교 교사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수도권지역 일반고에서 근무하는 A교사와 B교사의 의견을 들어봤다.

◇수시는 긍정적, 부모의 왜곡된 영향력은 우려
A교사는 수시확대에 대해 부정적이나 동료교사 중에는 수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교사가 좀 더 많다고 말했다. 이론적으로는 학생들의 다양한 능력과 적성을 고려해 선발하는 수시가 옳고 또한 적어도 단순한 성적 서열화는 아니라는 게 교사들의 공통된 견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이 지나친 수시 비중 확대에는 찬성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의 대학 서열화와 불투명한 선발과정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B교사는 수시전형 도입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실제로 적용되는 과정에서 의미가 변질됐고 학생들의 부담이 과중하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학교 내신 공부는 잘 해야 하는 거고 거기다 동아리 활동, 프로젝트 활동, 학급 임원 활동, 독서활동, 봉사활동 및 생활기록부에 적을 수 있는 각종 활동 등 해야 할 것이 너무 많고 다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A, B교사 둘 다 논문 문제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제기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교수들이 논문 공저자에 미성년 자녀를 끼워 넣는 행위다. 그런데 전수조사를 해도 편법을 발견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논문대회에서 교수인 부모가 논문을 대신 써주거나, 프로젝트 대회에서 학생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프로젝트를 부모가 대신 해서 제출하는 경우다.

예컨대, 게임을 제작한다든지,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입시 문제의 해결방안을 도출한다든지, 아니면 우리나라에 필요한 육교 수 계산 등 누가 봐도 고등학생이 했다고 볼 수 없는 결과물들이 제출된다. 부모가 대신 했거나 학원을 통해서 작성한 경우라고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최상위층 부모가 지위나 경제력을 이용해서 이렇게 자녀들을 도와주면 다른 학생들이 쫓아갈 방법이 없다. 마치 부모가 학생을 성층권 밖으로 실어 나르는 로켓 역할을 해주는 격이라고 A, B교사 모두 한 목소리를 냈다.

◇특목고·자사고가 유리, 대학의 선발능력 의문
A, B교사는 특목고와 자사고의 역할도 상당하다고 평가했다. 특목고나 자사고는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선행학습하고 고등학교 때는 복습하는 개념으로 공부하면서 생활기록부에 들어갈 비(非)교과 활동만 집중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일반고는 '인-서울'(in Seoul)을 하려면 내신이 많이 좋고 비교과 활동도 많이 해야 하는 등 특목고·자사고보다 불리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목고는 일반고보다 내신이 안 좋아도 비교과 활동을 열심히 하면 대학에 훨씬 수월하게 들어간다고 주장했다. 내신은 대학이 감안해주고(공식적으로는 부인) 생활기록부에 쓸 수 있는 학교 프로그램이 월등히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교사는 학종의 비중이 너무 높다고 여기고 있으며 특히 대학의 선발능력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입학사정관이 공정하게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데, 과연 외부컨설팅을 통해 만든 생활기록부 활동을 걸러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거다. 실제로 입학사정관은 전임 입학사정관 비중이 상당히 낮고 고용형태도 비정규직이 많다. 전문성을 키우기 어려운 구조다.

B교사는 과열된 교육분위기에 대해 학부모들의 조바심을 지적했다. 대다수 학부모들이 자녀들이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하며 미리 한번 보고 한번 더 보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강남권은 물론 마포, 분당 등 학군이 좋은 지역에서는 고1학생들이 고3수학을 선행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 이해하진 못해도 마음의 부담감이 덜하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선행학습을 안한 학생들은 비교과 활동 때문에 절대적인 공부시간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A, B교사 둘 다 입시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명문대 입학에 목매는 우리나라 현실을 지목했다. 결국 근본 문제는 대학 서열화이며 대학의 순위가 매겨져 있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상위 대학에 가려고 하는 게 인지상정이다.

입시문제는 결국 사회구조 문제로 귀결된다. 입시제도는 사회구조에 의해서 결정되지만, 역으로 사회구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도 하다. 수시확대 또는 정시확대에만 초점을 둘게 아니라 우리가 원하는 사회, 우리가 원하는 입시제도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개선해야 한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8년 4월 23일 (19:0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김재현
김재현 zorba00@mt.co.kr

중국과 금융에 관심이 많습니다. PhD in fin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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