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1백만건 논문검색…AI로 불치병 치료하는 스타트업

머니투데이

유희석 기자

/사진=버네벌런트AI 웹사이트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약개발에 특화된 영국 스타트업 버네벌런트AI가 19일(현지시간) 1억1500만달러(약 1227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투자자로부터 21억달러(약 2조2413억원)의 기업 가치도 인정받았다.

버네벌런트AI의 성공 비결은 AI를 이용해 막대한 비용과 오랜 기간이 필요한 신약 개발 과정을 크게 단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약 개발을 위해 한 명의 연구원이 조사할 수 있는 자료는 1년에 많아야 300여건 그러나 AI는 한 번에 100만건의 논문을 검색하고 동시에 400만명 이상의 임상자료를 분석할 수 있다. 버네벌런트AI는 신약 후보 물질과 임상자료에 관련된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AI를 통한 신속한 분석과 검증을 실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버네벌런트AI가 개발에 참여한 약품은 20여개. 이 중에는 글로벌 제약사 얀센과 함께 개발 중인 루게릭병(근위축성측색경화증) 치료제 2종이 포함된다. 파킨슨병 치료제는 이미 제2상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버네벌런트AI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켄 멀베이니는 "루게릭병 환자의 생존 기간을 확연히 늘리는 것이 목표"라며 "기존 치료제는 루게릭병 환자의 예상 수명을 3개월 정도 늘리는 것이 고작"이라고 말했다.

버네벌런트AI는 제약 부문에서 쌓은 AI 경험을 이용해 화학이나 재료공학 분야에도 진출했다. AI로 신약을 찾아내는 것처럼, 수천도의 높은 열을 견디는 소재나 효율 높은 전지 원료를 찾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155명인 개발자도 올해 말까지 3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멀베이니 CEO는 "오늘날 배터리에 사용되는 리튬은 지구상에 충분히 존재하지 않으며,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며 "우리로서는 기회인 셈"이라고 말했다.

버네벌런트AI의 성공은 최근 제약 분야에 AI를 활용하려는 다양한 사례의 하나일 뿐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이미 AI 회사들과 손잡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는 IBM이 개발한 AI 왓슨을 도입해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며, 미국 제약사 머크는 샌프란시스코의 아톰와이즈와 손잡고 하루 만에 에볼라에 효과가 있는 신약 후보 물질을 2개나 발견하는 성과를 냈다. 스코틀랜드의 AI 스타트업 엑스사이엔티아는 프랑스 제약사 사노피와 당뇨병 같은 대사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