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운명 결정나는 날, 군산 하청기업 표정은

머니투데이

군산(전북)=지영호 기자

군산국가산업단지 내 전경./사진=지영호 기자

한국GM의 운명이 걸린 20일, 전북 군산시에 위치한 GM 군산공장 하청기업들은 벼랑 끝까지 내몰린 상황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프레스가공업체인 D사의 대표는 "마지막 협상에서 극적인 타결이 나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며 "하청기업 2만2000개 군산 사업체의 명운이 걸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가세 등 세금 체납 유예를 요구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GM, 노조, 정부, 정치권이 지난 2개월동안 힘겨루기 빼고 무엇을 했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대출 방식 자금지원에 대한 아쉬움도 드러냈다. D사 대표는 "2억원의 대출을 받아도 두달이면 인건비로 바닥난다"며 "빚이 빚을 낳는 상황에 내몰릴까 두렵다"고 말했다.

다른 하청기업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국GM 군산공장 철수 보도가 나온 이후로 하청기업들의 위기는 커지고 있는데 실제 도움이 되는 대책은 없다는 게 이들의 하소연이다.

김영남 중소기업진흥공단 전북서부지부 팀장은 "155개 하청기업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면 정부에서 내놓는 대책들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한다"며 "하청기업들은 사업다변화와 구조조정을 병행하고 있지만 매입처의 물건값도 지불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방문한 군산국가산업단지는 곳곳에 글로벌GM을 비난하는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이미 지난해 7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폐업으로 도미노 폐업을 당한 협력업체의 텅 빈 공장들이 곳곳에 목격됐다.

지역 경제의 붕괴도 가속화되고 있다. 패션거리가 조성된 영동조차 밤 9시 이전에 문을 닫는 곳이 속출하고, 부동산 가격도 하락이 계속된다는 설명이다. 군산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미룡동 L아파트 112㎡의 경우 2014년 분양가 2억4000만원에 비해 6000만원이 빠진 1억8000만원에 매물이 나왔지만 거래되지 않고 있다.

중앙로에 위치한 K중개사무소 B대표는 "장사를 해도 수익을 못내는 구조다보니 3.3㎡당 3500만원 하던 점포 임대료가 지금은 500만원 수준"이라며 "몇천만원을 지원하는 것 보다 지속가능한 산업동력을 만들어줘야만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