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크힐스 순천 골프장, 회생개시 47일만에 인가 결정

서울회생법원 / 사진제공=뉴스1

레이크힐스 순천 골프장이 회생절차가 개시된 지 47일만에 법원으로부터 인가 결정을 받았다. 회생절차 개시 후 인가까지 종전에는 4개월에서 최장 6개월 이상 소요됐는데 절반에서 최고 1/4 수준으로 기간이 확 줄어든 셈이다.

서울회생법원 제1부(재판장 정준영 수석부장판사)는 20일 레이크힐스 순천 골프장의 사전 회생계획안을 인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관계인 집회에서는 레이크힐스 순천 측이 내놓은 사전 회생계획안이 채권자 91.3%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레이크힐스 순천의 회생절차는 '한국형 조기 회생절차'를 의미하는 소위 'P플랜'(프리패키지 제도)를 통해 진행됐다. 채무자 부채의 1/2 이상을 가진 채권자나 이 채권자의 동의를 받은 채무자가 본격적인 회생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사전 계획안을 제출하도록 하는 등 구조조정 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도입됐다. 국내에는 2016년 8월 처음 도입됐으나 제도의 활용도가 낮았다.

레이크힐스는 지난해 말까지 채권은행인 우리은행 등과 함께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작업)을 진행했으나 구조조정 진척이 더뎠다. 이에 레이크힐스 순천은 골프존카운티와 소위 '스토킹호스' 방식의 조건부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우리은행 등의 동의를 얻어 회생계획 인가 전 M&A(인수합병)를 내용으로 하는 사전 회생계획안을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했다. 이에 회생법원은 지난 달 5일 레이크힐스 순천의 회생절차 개시를 결정한 바 있다.

레이크힐스 순천 측이 시도한 '스토킹호스 M&A'란 본격적인 M&A 절차가 진행되기에 앞서 잠재 매수자(스토킹호스)를 미리 선정한 후 여타 매수 의향자를 모색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M&A의 경우 유효 입찰이 없으면 기업 매각 자체가 차일피일 미뤄지는 등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같은 시간 낭비를 막기 위한 방식이다.


스토킹호스는 공개 입찰 과정에서 자기보다 유리한 조건을 내건 기업이 있을 때 우선협상권을 행사해 더 높은 가격으로 대상 기업을 사들일 수 있다. 스토킹호스보다 유리한 조건을 내건 다른 입찰자가 대상 기업을 매수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골프존카운티가 당초 제시한 조건은 매수대금 700억원, 직원 고용보장 기간 3년 등이었다. 회생법원이 공개시장에서 매수 의향자를 모집한 결과 3개사가 레이크힐스 순천에 관심을 보였다. 골프존카운티는 매수대금을 730억원으로 높였고 직원 고용보장 기간도 5년으로 늘리는 등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고 레이크힐스 순천의 최종 인수 예정자로 선정됐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 "P플랜 절차로 개시 결정일로부터 단 47일만에 인가에 이르는 사례"라며 "법원의 사전 관여 없이 채무자와 채권자, 투자자가 스스로 P플랜을 준비해 신청한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또 "P플랜과 스토킹호스 방식이 결합된 서울회생법원의 첫 사례이기도 하다"며 "회생절차의 신속한 진행을 통해 기업가치의 감소를 최소화하고 낙인효과를 방지하며 회생절차 진행 중 채무자 회사에 대한 열악한 협상력을 강화하고 시장가격을 반영할 수 있는 매각방식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회생절차를 통해 약 30억원 이상의 인수금액이 늘었고 대출이율 하락, 고용보장 기간 증가 등 효과가 있었다"며 "사전 회생계획안의 인가로 레이크힐스 순천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회생계획에 따른 변제가 시작되면 조속히 회생절차를 종료해 정상적 기업활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