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김경수에 "보좌관과 500만원 거래" 협박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공식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포털사이트 댓글 여론조작 혐의를 받는 일명 '드루킹' 김모씨(48)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내면서 김 의원 보좌관과 금전거래를 언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달 김씨가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김 의원 보좌관 A씨와 500만원 금전거래를 언급하며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김씨가 이끄는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이 김 의원 보좌관에게 돈을 빌려줬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일당이 오사카총영사 등 인사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 과정에서 과거 김 의원 보좌관과 김씨 측이 금전 거래한 사실을 꺼내며 협박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확한 거래 시점과 이유 등은 확인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금전거래 사실관계와 성격 등을 수사 중이므로 구체적인 사안은 더 이상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김씨의 댓글 여론조작에 김 의원의 연루 의혹이 짙어지면서 조만간 경찰은 김 의원과 보좌관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전날 "김 의원이 드루킹에게 기사 주소(URL)를 보낸 게 확인된 만큼 두 사람 관계를 포함해 연관성을 조사할 필요가 높아졌다"며 "조만간 김 의원의 소환조사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김 의원 보좌관도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은 2016년 11월부터 올 3월까지 김씨에게 텔레그램으로 14건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중 10건이 기사 링크였다.

김 의원은 지난해 대선 전인 1~3월 김씨와 텔레그램뿐 아니라 보안성이 더 높은 메신저 프로그램 '시그널'로도 대화를 주고받았다. 김씨는 39번, 김 의원은 16번 메시지를 전송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여전히 불법행위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전날 "경찰이 이런 식으로 언론을 통해 의혹을 증폭시키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된다"고 신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그러면서 "혹시 기억 못했거나 새로운 사실이 나오면 한점 남김없이 해명할 부분은 해명하겠다"며 "특검을 포함한 모든 수사를 당당히 받겠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댓글 여론조작 혐의(업무방해)로 김씨 등 3명을 지난달 25일 구속했다. 피의자 3명 외에 핵심공범으로 지목된 박모씨(온라인 필명 서유기)의 구속영장도 전날 발부됐다. 박씨는 김씨의 지시로 매크로(댓글 추천 등 여러 작업을 한번에 자동 실행하는 프로그램)를 입수한 뒤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기사에 공감 추천 수를 조작한 혐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