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문가들 '북 핵실험 중단' 메시지 해석 분분

/사진=뉴스1

북한이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 발표를 내놓은 가운데 미국과 영국 전문가들은 이를 엇갈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의 발표를 '핵포기의 신호(signal)'로 보고 환경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선언한 것이 아니라며 섣부른 판단을 경계하고 있다.


특히 북한이 "그 어떤 핵실험과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도 필요없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북부 핵시험장도 자기의 사명을 끝마쳤다"고 밝힌 점이 여러 해석을 낳게 만드는 대목이다.

북한이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을 선언한 것이지, 이를 포기하기 위한 사전단계가 아니라는 해석이다. 세대에 걸쳐 핵미사일 프로그램에 많은 자본과 노력을 들인 북한이 이토록 쉽게 핵미사일을 포기할 리 없다는 의견도 있다.

MIT 핵무기 확산 방지 전문가 비핀 나랑은 "(북한 성명에) 쓰인 정확한 언어들이 중요하다"며 "핵실험 장소를 폐쇄해도 다른 장소에서의 실험은 배제하지 않았다. 미사일 시험발사는 우주발사체를 통해서도 계속 실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북한 전문 연구원인 벤자민 실버스타인은 "북한의 성명에는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부분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전략적 제스처라는 평가도 나왔다. '핵미사일 시험발사 중단'을 제시하면서 핵무기 포기가 아니라 그 전 단계에서 협상을 타결지으려 한다는 것이다.

반면 북한이 한반도 평화를 향해 노력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호평도 있다.

존스홉킨스대학 산하 한미연구소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매우 진지한 이니셔티브이자, 북한의 정책과 그들의 과거 발언과도 일치한다"며 "북한은 지금이 태도를 바꾸고 그들의 경제 개발해 집중해야 할 순간이라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릴 킴볼 무기통제협회 이사는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최소 동결하는 방안에 준비됐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킴볼 이사는 "핵무기 실험장소를 폐쇄하겠다는 북한의 약속은 비핵화를 향한 매우 중요한 서약"이라며 "미국과 다른 국가들은 1996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에 따라 북한 방문을 약속하고 이에 대한 북한의 서명과 비준을 확보하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은 1996년 9월10일 유엔총회가 결의한 국제조약으로 우주나 대기권, 수중, 지하 등 모든 공간에서 모든 형태의 핵실험을 금지하고 있다. 북한도 당시 체결에 동참했지만 지금까지 핵실험을 이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