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비핵화 로드맵 '디테일' 어떻게…북미, 시간표 조율이 관건

그래픽=유정수 디자인기자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동결을 선언함으로써 비핵화에 한걸음 다가섰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하는 CVID(완전하고 검증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조율할 문제가 많다. 특히 북미 간 비핵화 시간표와 이행 속도를 맞추는 문제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일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우리 당의 병진노선이 위대한 승리로 결속됐다"며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를 전격 선언했다.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으나 비핵화 의지와 방향성을 명확히 함으로써 핵 폐기를 논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남북·북미정상회담에서는 핵동결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과 검증 등 구체적 실행방안을 포함한 비핵화 로드맵 구축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흘 뒤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관련 구체적 합의보단 북미정상회담을 위한 준비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비핵화 대상들과 한미의 군사위협 해소, 체제안전 보장 방안을 논의하고 조율할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더욱 명확하게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남북 정상이 선언적 수준에서 정전체제 종식과 종전을 언급하고 평화협정 추진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어 5월 말 또는 6월 초로 예상되는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의 현재·미래의 핵과 과거의 핵(핵물질)의 폐기 방안과 그에 대응한 보상의 내용을 타결할 전망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핵포기를 대내외에 선언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IAEA 복귀를 선언하도록 하는 것이 한미의 목표다. 미측은 보상 방안으로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 협상 추진, 대북적대시 정책 전환 등을 언급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엔 각종 실무회담·다자회담 등을 통해 핵 폐기 계획을 수립하고 IAEA 검증을 통해 이를 완료하게 된다. 관건은 바로 이 단계에서의 세부적 이행 방식 조율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언론사 사장단 오찬 간담회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관련해 "'디테일의 악마'를 넘어서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언급한 것도 이행 과정의 어려움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미국은 '일괄 타결·일괄 이행'을, 북한은 '단계적 타결·동보적 이행'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국교정상화 등을 '일괄' 합의하고 1년 이내에 빠르게 완료하기를 원한다. 북한의 '시간벌기'를 차단하고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핵문제 해결을 완료하겠단 구상이다. 반면 북한은 비핵화와 체제안전 보장(평화협정과 북미관계 정상화)을 단계적으로 맞바꾸되 각 조치마다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체제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가 장기간 소요되기 때문에 되돌이킬 수 없는 선(先) 비핵화 조치에 선뜻 나서기 어렵단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미 양측이 상대의 일방적 희생이나 양보를 강요하지 않는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남북정상회담에서 '포괄적 합의'를 이루고 북미정상회담에서 '일괄타결'을 한 후 '단계적 이행'을 하는 한국형 모델을 제언했다. 청와대가 중재안으로 제시한 '포괄적 타결·단계적 이행'과 상당수 겹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북한은 '체제보장' 시간표를 최대한 단축시키려 할 것이고 미국은 '비핵화' 시간표를 단축시키려 할 텐데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받아야 한다"며 "과거 합의 후 지연·중단된 것은 서로가 속고속인 결과인데, 과거엔 실무선에서의 합의라 이행 단계에서 신뢰가 담보되지 않았지만 이번엔 정상 간 합의이기 때문에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