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직장 갑질… '밥누나' 2040 공감 포인트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사진제공= 드라마하우스, 콘텐츠케이

'불금'(불타는 금요일)을 집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요즘 20대부터 40대 여성들이 TV를 보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최근 방영되는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연출 안판석·극본 김 은) 때문이다. 주말 밤 대세 예능 프로그램 사이에서도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인기비결은 무엇일까.


높은 드라마 몰입도와 공감, 세대를 아우르는 OST(오리지널 사운드트랙), 그리고 최근 대세남으로 여심을 사로잡은 '연하남' 정해인 등 드라마의 꼼꼼한 구성에서 비롯된다는 평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대부분 한국 드라마가 그러하듯 자극적인 사건이나 소위 '막장'으로 불리는 인물관계·소재가 없는 평범한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그렸다. 드라마 내용으로 보면 크게 기억에 남을 만한 요소가 없다.

하지만 20~40대 여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직장생활의 애환과 30대 여성으로서의 현실적 고충을 그려 여성들의 몰입을 깊게 유도하고 있다. 특히 '직장 내 갑질'과 '데이트 폭력' 등 최근 떠오른 사회 이슈가 드라마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주인공 '윤진아' 역을 맡은 손예진 역시 "내 나이 또래의 여자들이 느끼는 많은 것이 대본에 그대로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주인공 '윤진아'는 30대 중반의 평범한 직장인이다. 커피 전문기업의 운영팀 직원인 윤진아는 '진상' 상사의 대명사 '공철구 차장'(이화룡 역)에게 치이는 일상을 반복한다.

'윤탬버린'으로 불린 윤진아는 여직원이라는 이유로 강제적인 회식에 끌려가 고기를 굽고 술 시중을 하며 때때로 성희롱을 당하기도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Me too)와 '직장 갑질'의 단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랑과 연애, 결혼도 쉽지 않다. 딸의 꿈을 존중하기보다 '빨리 좋은 남자 만나 시집 가야한다'는 말을 반복하는 집에서 윤진아는 '노처녀' 천덕꾸러기일 뿐이다. 결혼을 굳게 약속했던 남자친구에게서는 무미건조하다는 '곤약' 소리를 듣는가 하면 데이트 폭력까지 당하기 일쑤다.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주인공 윤진아 역을 소화하고 있는 배우 손예진. /사진제공= 드라마하우스, 콘텐츠케이

이러한 윤진아의 모습은 사회생활을 준비하는 20대, 몸소 겪고 있는 30대, 그리고 경험했던 40대의 모습 그대로다. 그리고 마음 붙일 곳 없는 윤진아에게 한 남자가 다가온다. '백마 탄 왕자'가 아니다. 밥 사달라고 조르는 연하남이다.

이 연하남은 꼬인 실타래 같은 문제를 해결해주는 영웅은 아니지만 함께 고민을 나누며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연인'이다. 이렇듯 현실적인 삶의 모습을 다루고 설레는 연애를 그리는 드라마는 시청자의 마음을 간지럽히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를 더 크게 부각시키는 것은 바로 OST다. 드라마의 첫 OST는 감미로운 목소리와 멜로디로 유명한 미국 싱어송라이터 레이첼 야마가타가 부른 'Something In The Rain'이다. 레이첼 야마가타는 'Duet', 'Be Be Your Love' 등의 곡으로 두터운 국내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주인공 서준희와 윤진아 역을 맡은 정해인, 손예진(왼쪽)과 드라마 OST 'Something in the Rain'을 부른 미국의 싱어송라이터 레이첼 야마가타. /사진제공= 소니뮤직 엔터테인먼트 (레이첼 야마가타), 드라마하우스, 콘텐츠케이

앞서 제작진은 "(레이첼 야마가타가)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예쁜 이야기를 좋아했다"며 OST 섭외 비화를 밝힌 바 있다. 실제로 레이첼 야마가타의 목소리는 윤진아와 서준희(정해인 역)가 밤새 통화하며 사랑을 시작하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며 '리얼 멜로' 감성을 듬뿍 담아내 시청자의 감성을 자극했다.

레이첼 야마가타의 OST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감성적인 올드팝도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태미 와이넷이 1968년 발표해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컨트리 음악 'Stand By Your Man'(그대 곁에서)이 대표적이다. 드라마에서는 이탈리아·프랑스의 유명 가수인 카를라 브루니가 불러 주인공 남녀의 묘한 분위기를 감쌌다.

브루스 윌리스가 부른 'Save The Last Dance For Me'(마지막 춤을 너와 함께·1960년)도 각종 음원 차트를 역주행하며 사랑받고 있다.
배우 정해인(30)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최대 수혜자인 동시에 드라마의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끈 주역이다. 톱스타인 손예진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박보검·송중기를 넘고 20~40대의 마음을 애태우는 '대세남'으로 등극했다.

배우 정해인. /사진제공= 머니투데이DB

'어디 있다가 이제서야 나타났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급부상한 정해인은 '반짝 스타'는 아니다. 2013년 걸그룹 AOA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한 그는 KBS2TV '블러드'(2015년), SBS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2017년) 등 꾸준히 활동해왔다. 지난해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년)에서 유대위 역을 맡아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쉼 없이 활동을 이어오던 정해인은 당초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마치고 소속사에 "두 달만 쉬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배우의 간곡한 요청을 받아들이고 싶었지만 소속사는 한 대본을 건넸다. 바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였다. 대본을 읽은 정해인 역시 휴식을 미루고 드라마에 참여, 자신의 '인생작'을 만들어냈다.

JTBC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사진=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정해인에게는 '국민 연하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쌍꺼풀 없는 큰 눈과 키, 하얀 피부로 순한 소년의 이미지를 가진 정해인은 여린 얼굴 밑에 있는 넓은 어깨와 근육질의 몸으로 남자다운 반전 매력도 선사해 귀엽지만 의지할 수 있는 연하남의 이미지를 완성시켰다.

한편 높아진 인기를 실감하듯 정해인을 향한 광고계의 러브콜 경쟁도 치열하다. 22일 광고계에 따르면 최근 정해인은 패션과 화장품, 식·음료 업체 모델로 발탁되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광고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드라마의 흥행으로 정해인의 높아진 인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