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 직면한 삼성證, 9일 이후 피해보상에 '곤혹'

112조원 규모 유령주식 배당·유통 사태의 뒷수습에 매진하고 있는 삼성증권 (35,900원 ▼100 -0.28%)이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삼성증권은 '사태 당일 주식 매도자에 대한 최고가 보상'이라는 선제적 피해자 구제대책을 내놓은 데다, 사태 다음 영업일 이후 매도 손실에 대해선 피해액을 특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 손실 보상 논의와 더불어 개인 투자자 배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23일 증권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법조계 인사들이 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유통사태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는 투자자로부터 의뢰를 받아 집단소송 준비에 착수했다.

일부 법무법인은 인터넷 커뮤니티(카페)를 만들어 투자자들의 의뢰를 모으고 있다. 삼성주식 유령주식 배당·유통 사태 이후 하락한 주식을 매도,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주 대상이다.

삼성증권은 사태 당일인 6일 삼성증권 일부 직원들의 유령주식 매도세가 나온 직후부터 장 마감까지 주식을 매도한 주주에게 당일 최고가 3만9800원 기준으로 매도 차액을 보전해 주기로 했다. 투자 피해자를 사태 당일 삼성증권 주식을 거래한 전체 투자자로 확정, 예상했던 배상보다 한 단계 나아간 보상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사태 다음 영업일인 9일 이후 삼성증권 주식을 매도한 주주들이 피해를 주장하고 있어서다. 5일 3만9800원에 장을 마친 삼성증권 주가는 사태 발생 이후 3만5000~3만6000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종가기준으로 최대 10%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같은 기간 증권업종 지수는 2%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번 사태가 삼성증권 시스템상 허점으로 발생했고, 일부 직원이 유령주 2000억원 어치를 시장에 던지며 파문을 키운 영향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종지수와 비교해도 남북정상회담 훈풍, 코스닥 활성화에 따른 거래량 증가 수혜에서 삼성증권만 소외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증권이 지난 9일 설치한 피해 구제창구에는 6일 매도 투자자뿐만 아니라 9일 이후 손실을 본 투자자들도 피해를 접수 중이다.

하지만 삼성증권은 9일 이후 매도 투자자들에 대해선 특별한 보상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주가하락의 인과관계 증명이 어려운 손실에 대해선 피해보상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태 이후 주식 수급이나 시황 등에도 주가가 영향을 받은 만큼, 유령주식 사태에 따른 손실액만 따로 계산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또 유령주식 사태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이 끝나는 시점을 특정하기 어려워 피해배상 대상인 주식 매도 기간을 무작정 늘릴 수도 없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집단소송은 소송 진행 후 내용을 검토하고 대응방향을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며 "최대한 피해에 대해 보상을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사태 당일 외 피해는 합리적 기준이 없어 피해 인과관계와 피해액을 증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