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금전거래 '드루킹' 협박에 "사표받아" 답장

더불어민주당 당원이자 파워블로거 '드루킹' 김모씨(48·구속기소) 일당의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22일 김씨의 활동 기반인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압수수색했다. /사진=뉴스1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댓글 여론 조작 혐의를 받는 일명 '드루킹' 김모씨(48)의 협박성 메시지에 두 번 답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사청탁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드루킹이 보좌관과 금전거래를 바탕으로 협박했고 김 의원은 여기에 "황당하다"고 답한 뒤 사실확인 후 "(보좌관으로부터) 사표를 받았다"고 또 다시 답장했다.

경찰은 드루킹이 이끈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의 자금 총책인 닉네임 '파로스' 김모씨(49)를 조만간 피의자로 전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베일에 가려진 드루킹 일당의 자금 흐름을 캐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네이버 카페 경공모 회원인 닉네임 '성원' 김모씨(49)를 참고인 조사한 결과 "김경수 의원 보좌관 한모씨가 (자신으로부터) 2017년 9월 500만원을 빌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경공모 회원 '성원'은 경찰 조사에서 빌려준 돈을 "올해 3월26일 한 보좌관으로부터 돌려받았다"고 진술했다. 드루킹이 구속된 지 하루만이다.


이 과정에서 드루킹은 김 의원에게 한 보좌관의 금전거래 내용을 토대로 협박성 문자를 보냈다. 자신이 구속되기 열흘 전이다. 경찰 관계자는 "드루킹은 지난달 15일 메신저 프로그램 시그널과 텔레그램으로 각 1회씩 김 의원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메시지 내용은 동일했다.

김 의원은 시그널로 답했다. 첫 답장은 "황당하다. 확인해보겠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김 의원은 "(한 보좌관으로부터) 사표를 받았다"는 내용의 두 번째 답장을 보냈다. 두 번의 답장 사이에 걸린 시간은 수 시간가량으로 추산된다.

보좌관의 금전거래를 확인한 직후 사표를 받았다는 내용으로 미뤄볼 때 김 의원 측이 자체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이 있었음을 인지했다고 볼 수 있다.

김 의원은 보좌관의 금전거래 의혹이 불거지자 21일 "보좌관이 500만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며 "경찰 조사로 당사자가 해명해야 할 일이다. 신속한 조사로 확인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돈을 왜 받았는지 조사해야 한다"며 "법률 검토를 거쳐 (김경수 의원과 보좌관의 소환날짜 등) 구체적 시기가 잡히면 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의 자금흐름을 추적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경공모 등 조직의 운영비를 누가 댔는지, 관련 자금이 경공모를 통해 어디로 흘러갔는지를 파악하는 건 배후세력과 범행공모자들을 파악하는데 핵심 열쇠다.

이를 위해 경찰은 경공모 회원인 닉네임 '파로스' 김모씨(49)를 회계 관리자로 지목하고 참고인에서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파로스는 드루킹과 함께 경기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으며 드루킹 일당의 자금 확보 통로로 의심받는 천연비누 쇼핑몰 '플로랄맘'의 구매대금 입금용 계좌의 명의자다.

경찰 관계자는 "파로스는 경공모의 회계 담당으로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에 상근근무하면서 구속된 피의자들과 댓글 순위 조작 범행을 공모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만 경찰은 '성원'이 김 의원 보좌관에게 건넨 500만원이 파로스 계좌에서 나온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선 관건은 드루킹 일당이 일명 '댓글 부대'를 운용한 데 들인 돈의 출처를 밝히는 일이다. 사무실 임대료와 운영비, 휴대폰비 등으로 매달 최소 수천만원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 되지만 수익원이 뚜렷하지 않아 무슨 자금으로 경비를 충당했는지 의혹이 제기돼왔다.

일당은 비누판매와 강의료 등으로 자금을 충당해왔다고 진술하지만 경찰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본다.

한편 경찰은 사건 수사 초기에 검찰이 느릅나무 출판사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철성 청장은 "지난달 2일 경찰에서 느릅나무 출판사 사무실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한 차례 기각했다"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한 이유는 댓글 조작 장소가 정확히 특정되지 않아서다. 한 건물에서는 IP(인터넷 프로토콜)를 모두 같이 쓰기 때문에 압수수색 장소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느릅나무 출판사가 위치한 건물 내 사무실이 그리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영장 기각 사유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