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야, 하고 싶은 걸 하되 선택에 책임은 져야 해”

보아(왼쪽)와 어머니 성영자씨.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아이고, 우리 딸 춤 잘 추네” “나 이거 하고 싶어요.” 그렇게 시작된 춤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로, 다시 세계로 케이팝의 시작을 알렸다. 2000년 데뷔해 지금까지 1000만 장의 음반을 팔아치운 ‘아시아의 별’ 보아(본명 권보아) 얘기다. 불과 15세 나이로 일본에 건너가 오리콘 차트 1위를 놓치지 않은 그의 신화와 의지 뒤엔 어머니 성영자씨가 있었다.

“제게 한 번도 무언가를 강요한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걸 잘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줬어요. 늘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하고 싶은 걸 하렴. 단 그 선택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져야 한다’고요.”


어머니는 원하는 걸 쟁취하기 위해선 누군가와의 약속도 지켜야 한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보아는 “(어머니가) 춤추는 걸 허락하면서도 성적은 떨어져서 안 된다고 해서 연습실 오가는 버스와 전철에서 공부하곤 했다”며 “소리 없이 책임감을 키워준 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자람(왼쪽)과 어머니 조연구씨.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딸의 재능을 일찍이 알아보고 12세부터 헌신적으로 지원한 보아의 어머니 성영자씨가 ‘2018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을 받는다. 사회의 눈이 아닌 딸의 눈으로 이해하고 공감한 ‘소리 없는 뒷바라지’가 세계적인 스타를 발굴한 셈이다. 보아는 어머니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항상 아들 같은 딸이었는데, 앞으로 딸 다운 행동으로 친근하게 다가가겠다”고 말했다.

판소리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은 소리꾼 이자람의 창의력에도 어머니 조연구씨의 조언과 지원이 뒤따랐다. 소리에 지쳐 이탈하거나 방황할 때, 그의 정신을 다잡아 준 것도 어머니였다. 10세 때 “판소리 하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두 팔을 걷어붙인 어머니에 대해 이자람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등불”이라고 평가했다.


“현명, 지혜라는 단어로 통하는 분이에요. 제가 무언가에 관심을 보이면 100% 지지해줬어요. 자녀의 결정을 언제나 믿어주던 듬직한 분이죠.”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 ‘올림픽 찬가’를 불러 화제를 모은 성악가 황수미의 어머니 윤양희씨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도 직접 일을 하며 딸을 지원했다.

왼쪽부터 김수열(시인), 박재홍(발레리노), 신강수(연출가), 임흥순(미술가), 황수미(성악가). /사진제공=문화체육관광부

올해 28회째를 맞은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은 이들 외에도 △‘문학’ 분야에서 제주의 전통문화를 널리 알린 시인 김수열의 어머니 양정숙 여사 △‘미술’ 분야에서 왜곡된 여성, 노동 문제를 시각매체를 통해 담아낸 미술가 임홍순의 어머니 유해연 여사 △‘연극’ 분야에서 저신장장애 연극인 신강수의 어머니 윤경자 여사가 포함됐다. ‘무용’ 분야에선 올해 처음 아버지에게도 수상이 돌아갔다. 박재근·박재홍 두 형제를 발레리노로 성장시킨 아버지 박화성씨가 그 주인공.

이번 수상자는 개인, 기관, 단체 등으로부터 후보자를 추천받아 외부 심사위원회 등을 거쳐 선정됐다. 수상자에겐 장관 감사패와 15돈 상당의 순금이 부상으로 주어진다. 시상식은 25일 오후 2시 30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