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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대한항공과 사회적 가치

김화진칼럼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입력 : 2018.04.24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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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대한항공과 사회적 가치
대한항공 오너일가의 행적에 대해 쏟아져 나오는 온갖 보도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든다. 이런 회사가 어떻게 돌아갈까. 유능한 사람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런 회사에 붙어 있기 어려울 텐데 회사가 건재한 이유는 뭘까.

우선 물벼락을 맞더라도 대한항공 광고를 따고 싶은 업체가 한둘이 아닐 것이고, 매일 욕을 듣더라도 승진하고 싶은 임직원이 있을 것이다. 회사 일이 아님을 뻔히 알면서도 오너일가 일을 성심성의껏 챙기고 심기를 보좌해서 총애를 받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을들은 그렇게 살아가야 하고 그걸 아는 갑은 기승을 부리면서 을과 을의 전쟁을 조장한다.

또 갑질의 달인일수록 자기보다 강한 사람들이나 대등한 위치에 있는 외부 사람들에게는 잘한다. 상식으로 이해 안 되는 언행을 일삼는 오너 경영진이 생존하는 이유는 공생관계에 있는 회사 안팎의 많은 사람들 때문이다. 갑질 3세들이 믿는 구석은 부모만이 아닌 것이다.

나쁜 소문을 들었으면서도 오너일가의 편의를 봐주고 가족여행 때 비즈니스 승급 선물을 받아 능력 있는 가장이 된 공무원들도 있을 수 있다. 스페인 속담이 있다. ‘선물은 마음을 열리게 하고 입을 닫히게 한다.’

유시민 작가가 ‘썰전’에 나와서 이런 식으로 가면 회사가 망하기 때문에 3남매 모두 회사에서 내보내야 한다고 말했는데 물의를 일으킨 사람들이 비난받아야 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기업문화를 병들게 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만 해도 실적과 주가로 기업가치만 좋으면 모든 것이 용서되었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대형 상장회사는 기업가치 외에도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기업문화는 기업가치를 넘는 의미를 가진다.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경영자의 품성은 기업문화에 크게 반영된다. 학계에서는 좋은 기업지배구조는 기업에 대한 외부적 규제보다 경영자의 내면적 절도에서 유래한다는 의견까지 나온다.

종래 기업관에 따르면 이번 일로 외부에서 누구를 나가라 말라 할 일이 없다. 인사는 경영판단이고 경영자의 거취는 이사회와 주주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적 의미를 강조하는 새로운 기업관에 의하면 건강하지 못한 기업문화는 사회적 가치를 파괴한다. 무고한 다른 기업들에 대한 사회의 반감이 커지고 국제투자자들의 한국 기업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늘어난다. 국민들이 불쾌해하고 간접적인 모욕을 느낀다. 이렇게 사회가 손실을 부담하기 때문에 사회가 사회적 기준으로 기업을 비판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를 파괴하는 기업은 자신의 기업가치도 파괴한다. 연초 글로벌 투자규범을 좌우하는 블랙록 회장이 투자대상 회사 경영진에게 사회적 책임을 의식하는 경영을 주문한 이유다.

대한항공은 국영기업이었고 ‘대한’과 ‘Korean’을 상호에 가지고 다닌다. 국민연금이 2대주주다. 회사 부채비율은 500% 넘는다. 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항공사다. 사회적 기업에 버금간다. 이런데도 경영자 일가는 경영권의 사적 이익을 마음껏 챙겼다. 충실의무를 위배했고 회사와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지키는 주인이기를 포기한 것이다.

이 상황에서도 회사가 돌아가는 이유는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하루하루 책임을 다하는 다수 임직원 때문이다. 이들이 회사의 주인이고 경영진이 파괴한 사회적 가치와 기업 가치를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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