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 나타난 '듀프리'… 더 치열해진 '면세점 싸움'

롯데면세점이 반납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사업권을 둘러싼 수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열린 입찰설명회에는 신라·신세계와 함께 롯데를 비롯한 국내 대형면세점뿐 아니라 세계 1위 면세사업자인 '듀프리'(스위스)까지 참석하면서 인천공항에선 제2터미널에 이어 사실상 2차 글로벌 경쟁이 펼쳐질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인천공항 1터미널 내 면세점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모습. / 사진=뉴시스 홍찬선 기자 [email protected]

롯데면세점이 반납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T1) 면세점 사업권과 관련, 세계 1위 기업인 스위스의 '듀프리'가 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면세업체들에게 또하나의 고민거리가 생겼다.


가뜩이나 국내 업체들간 자존심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듀프리 등장이 이번 입찰에서 임대료 제시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4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번 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 입찰설명회에 참석한 국내 기업은 △호텔롯데 △호텔신라 △신세계디에프 △한화갤러리아 △현대백화점면세점 △HDC신라면세점 △두산 등 7곳이다.

여기에 듀프리 계열인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와 듀프리글로벌 등 해외 업체 2곳도 이날 모습을 드러냈다. 영국 면세유통 전문 미디어 '무디 데이빗 리포트‘(Moodie Davitt Report)에 따르면 스위스 기업인 듀프리는 2016년 기준 연매출 72억9800만유로(9조5683억원)로, 세계 1위 면세점 업체다. 같은 기간 47억8300만유로(6조2709억원)로 2위를 기록한 롯데면세점보다 53% 가량 매출이 많은 거대기업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듀프리는 현재 국내에선 김해공항에서만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듀프리는 2013년 10월 합작 계열사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를 통해 김해공항 국제선 DF2구역 면세점 사업권을 최고가(200억원)로 따내며 국내에 진출했다.


당시 네차례의 유찰 끝에 듀프리가 확보한 면세점 사업권이 중견·중소기업 몫이었다는 측면에서 논란이 일었다. 실제 당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에 따라 해당 구역 사업권 입찰에는 대형면세점 참여를 제한했었다.

듀프리의 2012년 기준 연매출은 40억달러 수준으로, 당시 세계 2위 면세업체였다. 하지만 한국공항공사는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가 국내 신설법인이라며 문제없음으로 결론을 내렸었다.

2013년 8월 자본금 1000만원으로 설립된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는 중국인 대표(웡치쿵)와 스페인인, 한국인 각 1명씩을 이사로 등재했다. 김해공항 면세점 입찰을 위해 급조된 법인인 셈이다.

듀프리는 이후 다른 국내 공항 면세점사업 진출을 추진해 왔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면세점 사업권에 도전했었다. 같은 해 가을에는 제주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2015년엔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에도 관심을 보인 바 있다. 현장설명회에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수익성을 검토하는 등 입찰 직전까지 움직임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듀프리가 수년간 꾸준하게 국내 공항 면세점시장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유일한 사업기반인 김해공항 면세점 영업기간이 만료될 경우 한국내 사업기반이 없어지기 때문이란 의견이 많다.

여기에 국내 각 공항들의 낮아진 임대료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실제 제주공항 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입찰 당시 임대료를 고정금액으로 내는 방식을 채택, 종전보다 저렴해진 만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이번 인천공항 1터미널 면세점 사업자 재선정 입찰 역시 2015년에 비해 임대료 수준이 낮아질 것이란 게 업계의 예상이다. 실제 이번 입찰가격(최소보장액)은 직전 입찰 때보다 각각 30%와 48% 가량 낮아졌다. 그만큼 듀프리 입장에서도 노려볼만한 입찰이 될 수 있다고 업계는 분석했다.

국내 면세업체들도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가뜩이나 국내 업체간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듀프리까지 나설 경우 더욱 치열한 싸움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2015년 입찰 때 만큼은 아니더라도 임대료를 예상보다 높게 써내야 하는 게 아니냐란 지적마저 나온다.

이는 이번 입찰 참가가 유력한 국내 면세업체들의 페널티 여부나 그 수준과도 연관성이 있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면세업계에선 이번 입찰에서 인천공항공사가 제시한 사업제안서 평가상 사업권을 반납한 롯데면세점의 경우 페널티에 따른 감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입찰내역서를 살펴보면 전체 100점 중 15점이 배점된 사업제안서 평가 항목의 ‘경영상태 및 운영실적’ 분야에 ‘출국장 면세점 사업수행의 신뢰성’이 포함돼 있다.

해당 분야에 모두 4개 사항이 있다는 점에서 비율(100% 중 60%)을 감안하면 한 사항당 평균 3점 안팎이 배점될 수 있다. 사업권 반납으로 이번 입찰의 빌미를 제공하게 된 롯데면세점의 경우 일부 감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인천공항공사 역시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페널티를 신세계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신세계는 앞서 2016년 김해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했었다. 제주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반납했던 한화 역시 마찬가지다.

결국 이처럼 국내 주요 대형면세점들이 페널티를 만회하기 위해 100점 만점 중 40점이 배점된 가격 평가를 높게 받으려고 이전처럼 출혈경쟁까지는 아니더라도 임대료를 높게 써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이미 (고액의 임대료 수주) 경험이 있기 때문에 무리하지는 않겠지만, 상황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업체에 시장을 내줄 수 없다는 인식까지 감안하면 당초 사업성 저하에 따른 임대료 인하 효과 기대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천공항공사는 다음달 23일 참가등록을 진행하고 이튿날인 24일 사업제안서와 가격입찰서를 받는다. 이후 평가를 거쳐 복수사업자를 선정한 후 관세청이 최종 낙찰자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