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車에 배출가스 등급 부여…"도심지 운행제한 지표로 활용"

이달 16일 오후 서울 동호대교 남단 배출가스 단속현장에 설치된 적외선-자외선 배출가스 측정기기가 이동차량의 배출가스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뉴스1

모든 자동차를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분류·관리하는, 일명 '친환경차 등급제'가 시행된다. 연식과 유종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의 절대적 차이를 등급에 반영함으로써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심한 차량에 대한 도심지 운행제한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환경부는 앞으로 제작 중이거나 운행 중인 모든차량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에 따라 5개 등급으로 분류하는 내용을 담은 '자동차배출가스 등급산정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안'을 이달 25일부터 시행한다고 24일 밝혔다.


기존 등급산정 규정에서는 배출가스 기준치 대비 측정(성적)치를 바탕으로 등급을 산정함에 따라 차량별 배출량의 절대적 차이를 알 수 없었다. 즉 최신 연식의 차량은 오래된 차량에 비해 미세먼지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 등에서 강한 기준을 적용받았음에도 이러한 차이가 등급산정에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다.

개정된 등급산정 규정에 따라 등급은 해당 차량의 배출가스 인증시점에 적용된 기준에 따라 부여한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전혀없는 전기차와 수소차의 경우 1등급을 부여하고 하이브리드차는 1~3등급, 휘발류·가스차는 1~5등급, 경유차는 3~5등급을 유종과 연식에 따라 부여한다.

예컨대 2006년에서 2016년 기준으로 배출가스 인증을 받은 휘발류 차량의 경우 2등급, 2006년 기준을 적용받은 경유차는 4등급을 부여하는 식이다. 주행거리 등에 따른 배출량 차이는 연식과 유종에 따른 차이에 비해 미미한 관계로 등급산정에는 반영하지 않는다.


다만 같은 연식의 차량이라도 사후에 저감장치 부착 등을 통해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경우엔 이를 감안해 실제 적용과정에서 등급을 조정할 계획이다.

등급산정은 별도의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인증 시점에 적용된 기준에 따라 등급을 부여한다. 본인이 보유한 등급을 알기 위해선 등록시점에 받은 '배출가스 관련 표지판'의 배출 허용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해당 표지판은 차량의 보닛이나 엔진후드에 부착돼 있다. 특히 인증기준이 강화된 이후 구입한 차량이라 해도 유예기간으로 인해 과거기준으로 인증받은 차량의 경우 등급이 달라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

지자체별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심한 차량에 대한 도심지 운행제한을 시행할 때 이번 등급산정 규정을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환경부의 설명이다.

올 1월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형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에 따라 한양도성 녹색교통진흥지역 내의 공해차량 운행을 제한할 때 이번 등급산정 규정을 활용하는 식이다. 서울시는 등급산정 규정 고시가 완료되면 서울시내 43개 지역에 차량 출입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설치해 저등급 차량의 운행을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해외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이 연식과 유종에 따른 등급을 구분하고 라벨을 부착한 뒤에 저등급 차량의 도심지 운행을 제한하는 등 '등급산정 규정'과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환경부는 앞으로 차량소유주나 지자체 공무원이 운행차량의 등급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내년 상반기까지 전산시스템을 구축하고 등급에 맞는 표지를 차량 유리판에 부착하는 방안도 필요성을 검토해 마련키로 했다.

이형섭 환경부 교통환경과장은 "등급산정이 바로 운행제한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일차적으로 차량 구매자가 대기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등급이 높은 차량 구입을 이끌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