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회계법인·세무서 압수수색…'킹크랩'도 자체 개발

'드루킹' 김모씨(48) 일당의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이달 22일 김씨의 활동 기반인 경기도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압수수색했다. /사진=뉴스1

경찰이 '드루킹' 김모씨(48)가 운영한 회사 느릅나무의 업무를 담당한 회계법인과 세무서를 압수수색했다. 피의자들과 주요 참고인, 거래 상대방의 계좌도 압수수색해 자금 추적을 본격화하고 있다.


드루킹 일당은 기존 매크로 프로그램보다 댓글 조작에 더 강력한 기능을 갖춘 서버까지 자체 구축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과 금전거래를 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도 곧 소환할 계획이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4일 오전 9시부터 서울 강남구 중앙회계법인과 경기 파주세무서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느릅나무의 세무업무를 담당한 곳이다.

이날 압수수색은 닉네임 '파로스' 김모씨(49)의 진술 등을 참고해 이뤄졌다. 드루킹이 이끈 인터넷 카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자금책인 일명 '파로스' 김씨는 조만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경공모와 느릅나무는 사실상 한 몸처럼 운영돼왔다. 드루킹 김씨가 대표로 있는 느릅나무는 쇼핑몰 '플로랄맘' 등을 통해 비누 등을 판매하며 수입을 올렸다. 상근직원 8명을 두고 있는데 이들은 모두 경공모 운영도 병행하고 있었다. 파로스 김씨는 경공모뿐만 아니라 느릅나무의 회계책임자이기도 하다.

느릅나무 회사가 돈이 떨어지면 경공모 계좌에서 돈을 끌어쓰기도 했다. 계좌를 섞어서 사용한 셈이다. 경찰이 느릅나무 회계와 세무업무를 들여다보는 이유다.

드루킹 일당은 느릅나무의 회계처리를 철저히 비공개로 운영했다. 파로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느릅나무의 금전출납장, 일계표를 매일 엑셀파일로 작성해 회계법인에 보내주고 파일은 즉시 삭제했다"고 진술했다.

파로스는 2016년 7월 이후 매일 회계자료를 드루킹의 지시에 의해 삭제해왔다고 밝혔다. 보안프로그램으로 파일을 삭제해 복원도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회계법인과 세무서라도 압수수색해 느릅나무의 회계장부와 세무서 신고자료 등을 확보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댓글 조작 등 범행에 사용된 자금 출처와 사용처 등을 확인해 조직적 범행 여부를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증거인멸 가능성은 존재한다. 이날 압수수색 당시 경찰이 중앙회계법인의 느릅나무 담당 회계사에게 경공모 회원인지 물어보자 "경공모 회원이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이와 별도로 사건 관련자들의 계좌추적도 본격화하고 있다. 드루킹 등 피의자 5명과 주요 참고인들, 이들과 거래한 상대방 계좌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23일 집행했다고 이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은 피의자들과 거래한 상대방과 주요 참고인들의 금융거래 내역 등을 확보해 수상한 자금 흐름이 있는지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피의자 5명의 명의로 된 계좌 35개(느릅나무 사업자 계좌 포함)만 추적해왔다. 이번 압수수색에는 피의자들과 참고인들의 직전 계좌(입금계좌, 수표를 발행한 계좌)와 직후계좌(돈을 보낸 계좌, 발행한 수표가 제시된 계좌 등)가 포함됐다.

또 경찰은 드루킹 일당이 매크로보다 더 뛰어난 성능을 갖춘 서버도 자체 개발한 정황을 포착했다. 일당은 이 서버를 '킹크랩'으로 불렀다.

해당 서버를 통하면 네이버 기사 댓글에 공감 수 등을 더욱 효율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여명의 회원을 거느린 경공모를 운영해온 드루킹 일당 내에 IT(정보기술) 전문가 등 다양한 인력이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조직적 추가 범행 가능성도 높아진다. 그동안 경찰 조사에서 드루킹 일당은 "1월15일 매크로 프로그램을 다운 받아 1월17일 기사 댓글 조작에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만약 이 서버가 1월15일 이전에 구축 됐다면 다수의 추가 범행에 이용됐을 수 있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과 금전거래를 한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보좌관도 곧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이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의원 보좌관 한모씨는 경공모 회원 '성원' 김모씨(49)로부터 2017년 9월 500만원을 빌렸다. 김씨는 한 보좌관에게 빌려준 돈을 올해 3월26일 돌려받았다고 진술했다. 드루킹이 구속된 지 하루 만이다.

김 의원은 보좌관의 금전거래를 나중에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좌관 한씨를 곧 소환해 금전거래의 목적과 사용처 등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