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청구서 받아든 현대차그룹 대응은…주주 설득에 총력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편안 개입 의사에도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엘리엇을 포함한 국내·외 주요 주주와 투자자들을 상대로 출자구조 재편에 대한 취지와 당위성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소통해 나가는데 주력하겠다는 것.

현대차 그룹 관계자도 24일 "지금은 주주들을 설득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엘리엇 계열 펀드의 투자 자문사인 엘리엇 어드바이저 홍콩(엘리엇)은 지난 23일 공개한 '현대 가속화(Accelerate Hyundai) 제안서 및 이사진에게 보내는 서신'에서 현대차 (250,000원 ▼2,500 -0.99%)그룹이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선안에 제동을 걸었다.

현대모비스 (244,000원 ▲500 +0.21%)의 국내 모듈 및 A/S(애프터서비스)부품 사업 부문을 인적분할해 현대글로비스 (180,000원 ▲2,000 +1.12%)에 합병하는 방식의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게 핵심인 이 개선안은 합리적인 경영상 이유와 소액주주에 돌아갈 이익이 분명하지 않다는 점에서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엘리엇은 "상당한 현금자산을 보유한 수익성 높은 사업부문을 (불명확한 평가방식에 의해) 분할 후 물류회사에 합병하고, 이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상당한 세금 부담이 발생하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현대모비스의 수익성 분야를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하는 과정에서 주주의 세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현대모비스와 현대차의 합병으로 (설립한) 지주사를 경쟁력 있는 글로벌 완성차 제조업체(OEM)로 재탄생시킴으로써 현재의 복잡한 지분 구조를 효율적으로 간소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엘리엇은 또 주주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과다 잉여금을 줄이고 자사주를 소각해야 하며 배당지급률도 순이익 기준으로 최대 5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다국적 회사 경험이 풍부한 사외이사 3명을 추가로 선임하고 글로벌 기준과 부합하는 경영구조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을 추가로 채택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엘리엇이 자신들이 보유한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가 부양에 초점이 맞춰진 제언일 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매입했다고 밝힌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주식으로부터 더 큰 수익을 얻겠다는 취지"라며 "지주사로 전환하라는 제언은 현대차그룹 대주주의 사회적 책임 측면은 관심이 없고 오직 자신들의 이익 실현에만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증권업계도 엘리엇의 이번 제안이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주기보단 주주친화적 정책 변화 유도를 통해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반대가 목적이 아니며 이로 인해 얻어질 주주가치 제고에 더 큰 무게를 두고 있다"며 "삼성의 사례처럼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같은 후차적인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대차그룹도 원활한 지배구조 변화를 위해선 엘리엇의 주주친화적 제안에 대해 면밀히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구조변화에 대해선 기존 안을 유지하는 선에서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 이사회 변화 같은 제안을 수긍하는 차선으로 결정이 나는 쪽에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주요 외신인 로이터는 이날 엘리엇 제안에 대해 "현대차에 대한 압박이 너무 과도하다"며 "지주사 전환 요구는 한국의 금산분리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사실상 현실성이 없다"고 보도했다.

금산분리법은 비금융지주사가 금융계열사를 둘 수 없도록 한 규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등 금융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이런 법을 고려해 지주사가 아닌 현대모비스를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체제로 개편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로이터는 "엘리엇이 실제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전통적인 협상 전략에 불과하다"면서 "수익성만을 노리는 헤지펀드의 특성상 무리한 요구를 통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노림수"라고 평가 절하했다.

한편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 지분 7.12%를 약 7000억원에 매입한 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해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가치를 높여 팔고 나갔다.

이어 2016년엔 삼성전자의 지주사 전환설이 퍼졌을 때 지분 0.67%를 인수한 후 30조원의 특별배당을 요구하고 최소 3명의 독립적인 이사 선임과 잉여현금흐름의 75%를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