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일당 직접 만든 '킹크랩'…"조직 범행 증거"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 /사진=뉴스1

포털사이트 댓글조작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모씨(48) 일당이 매크로(반복 작업 프로그램) 기능을 높이는 서버를 자체 구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당은 이 서버를 '킹크랩'으로 불렀다. 전문가들은 드루킹 일당이 보다 빠르고 체계적으로 댓글 여론조작을 하기 위해 서버를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하는 서울지방경찰청은 수사과정에서 드루킹 일당이 매크로와 유사한 기능을 실행하는 서버를 자체 구축한 정황을 확인했다.

서버는 관리자가 원격 접속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이 접속할 수 있는 컴퓨터 또는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예컨대 매크로를 서버에 올려놓으면 관리자가 어디에서든 원격 접속해서 작업 명령을 할 수 있게 된다.

전문가들은 서버를 사용해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이유는 빠르고 체계적인 수행을 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서버급 컴퓨터에서 매크로를 실행하면 일반 노트북이나 PC보다 더 빠르게 많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며 "600명이 공감 수를 클릭하는 매크로 작업이 일반 PC에서 10분 걸린다면 서버에서는 10초면 가능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 변호사는 "서버가 얼마나 고성능 컴퓨터에 구축됐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지만 매크로를 워크스테이션 같은 고성능 컴퓨터에 구축했다면 빠른 속도, 24시간 상시 가동, 원격 접속 관리가 가능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워크스테이션이란 개인이나 적은 인원수의 사람들이 특수 분야에 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고성능 컴퓨터를 이른다. 성능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1억이 넘는 제품까지 다양하다.

또 속도뿐만 아니라 서버 구축은 매크로 작업이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임종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수십 명이 조직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실행하려면 서버가 필요하다"며 "이는 매크로 작업을 조직적, 집단적으로 진행했다고 볼 수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앞서 일당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테스트했다"는 진술과 달리 매크로 활용에 충분한 의도성이 있는 것으로도 파악된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안대학원 교수는 "매크로 기능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서버를 구축한 것은 충분히 의도성을 갖고 작심하고 일을 벌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버 구축을 위해 IT(정보기술) 전문가의 도움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김 교수는 "서버는 일반인들이 개인용 컴퓨터에 쉽게 구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IT 전문가가 도와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