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인사서 주목받는 농협

왼쪽부터 이경섭 전 농협은행장,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 사진제공=농협금융, 자료사진

금융권 인사에서 NH농협금융과 관련된 인물이 주목받고 있다. 다른 금융회사와 차별화된 공적 역할을 담당하면서 출신 인사들이 금융권 곳곳에 배치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차기 DGB금융지주 회장 후보군에 이경섭 전 NH농협은행장이 포함됐다.


DGB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전날 회장 공모에 지원한 13명의 서류심사를 마치고 면접에 참여할 1차 예비후보군으로 외부 4명, 내부 2명 등 총 6명을 선정했다. DGB금융지주 임추위는 다음달 3일 면접을 진행한 뒤 2명 내외의 2차 예비후보군을 선정할 계획이다.

이 전 행장은 주목받는 후보군 중 한 명이다. 이 전 행장은 후보군 중 유일하게 은행장과 금융지주 부사장을 역임했다. 특히 이 전 행장은 옛 NH농협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의 통합추진위원장을 맡아 NH투자증권 출범에 기여한 만큼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DGB금융지주에서도 역할이 기대된다.

이 전 행장은 경영 능력도 입증됐다. 2016년 조선·해운업 부실로 위기에 빠진 농협은행을 단기간에 정상화해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는데 앞장섰다.


농협은행이 주요 은행 중 유일하게 채용비리 의혹에서 자유로운 것도 이 전 행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이 전 행장은 금융감독원이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을 조사한 2016년 당시 농협은행장을 맡았다.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은 채용비리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 전 행장은 "고향의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생각으로 경북대 겸임교수도 하고 있다"며 "그동안 쌓았던 경험과 노하우를 대구 금융시장을 한단계 도약시키는데 쓰고 싶어 DGB금융 회장직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김태영 은행연합회장도 농협 출신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말 쟁쟁한 후보군을 물리치고 은행연합회장으로 깜짝 선임됐다. 김 회장은 1971년 영남상고 졸업과 동시에 농협중앙회에 입사해 쭉 근무한 정통 '농협맨'이다. 2008년 7월부터 2012년초 농협의 신경분리(금융부문인 신용사업과 유통사업인 경제사업 분리) 전까지 농협중앙회 신용사업 대표를 맡았다.

금융권 사측에 '점심시간 동시사용' 등을 요구하며 주목받고 있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허권 위원장도 농협 출신이다. 허 위원장은 2016년말 금융노조 임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허 위원장은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했고 금융노조는 지금도 문재인 정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농협 출신은 아니지만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도 농협금융과 인연을 맺으며 화제다. '모피아(경제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적자'로 꼽히는 김 전 원장이 2014년 금융위를 떠난 이후 4년만에 금융권에 복귀하는 자리가 농협금융 회장직이다. 농협금융 임추위는 지난 19일 만장일치로 김 전 원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했다.

김 전 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꾸준히 거론됐고 유력한 한국거래소 이사장 후보로도 꼽혔다.

특히 김 전 원장은 외환위기 당시 대우그룹 사태 때 '대책반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밑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등 김 전 위원장이 가장 아끼는 후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김 전 위원장은 2011년 금융위원장으로 공직에 복귀하기 전, 농협경제연구소 대표를 역임해 선후배가 모두 농협과 인연을 맺게 됐다. 농협으로선 농협금융 회장을 지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과 더불어 두 명의 금융위원장을 배출한 전력을 자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