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직원들, 2차 제보 카톡방 개설

24일 '(2nd)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라고 이름붙여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대화 화면/사진=카카오톡 화면 캡처

대한항공 직원들이 한진그룹 총수 일가의 불법·비리 의혹 사례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해 자발적으로 '2차 카카오톡방'을 개설했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2nd)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카톡방이 최근 개설됐으며 여기에 참가하는 사람 수는 이날 오후 4시30분 현재 550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을 활용하고 있다. 1차 제보방은 이미 제한 인원인 1000명에 달해 2차 제보방을 새로 만든 것이다.

이 카톡방에는 △총수일가 음성 녹취 파일 △비도덕적 갑질(부당한 업무지시) △어이없는 이유로 직원 보직 박탈 △객실승무원 인원 감축 △세관 통과·세금 탈세·비자금 △제주도 제동목장 관련 불법 비리 △국토부 관련 비리 △L.A. 윌셔그랜드호텔 공사 관련 불법 비리를 최우선적으로 제보 바란다고 돼 있다.

이 가운데 의미 있는 제보나 증거 자료 등은 보안성이 뛰어난 텔레그램을 통해 언론과 수사기관에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팅에 참여한 직원들은 "프로필에 있는 연락처를 지우세요"라며 혹시나 모를 불이익에 두려워하면서도 "지금은 우리끼리 더욱 뭉쳐야 한다. 조씨 일가 전원 퇴진이라는 대의를 위해 뭉쳐야 한다"고 서로 독려하고 있다.

한 직원은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조양호 회장의 아내)에게 폭언, 폭행을 당한 해외의 지역본부장, 관리팀장이 많다"며 "다들 언급하기를 꺼려하지만 이 이사장에게 잘 보이면 임원 기간 연장 혹은 승진했다"고 적었다.

이 직원은 "이들 해외 지역 임원들은 비서실에서 오는 사모님 지시 사항에 따라 행동해야 했으며, 지역본부장과 관리팀장은 사모님 여행, 비용, 아이템 등 관련해 깊숙이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내 면세품 판매 손실을 승무원 사비로 메꿔오던 일에 대한 성토도 이어졌다.

기내 판매 손실을 승무원의 사비로 메꾸는 것은 '쇼트처리 당했다'고 표현되는데, 담당 승무원 1인이 메꾸는 경우도 있고, 해당편 승무원들이 나눠 내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직원은 "승무원이 물건을 잘못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면세품을 다루는 창고에서 잘못 탑재되기도 하고 도난도 많다. 실수로 판매해서 손실이 나더라도 판매액이 많고 기내에서 환차익이 발생하므로 예전에는 이익금에서 처리가 됐지만, 조현아 전 대한항공 사장이 기내서비스 총괄이 된 이후 승무원 개인 사비로 메꾸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기내판매와 관련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대한항공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24일 "기내면세품 판매 관련 통행세와 사익편취 혐의로 대한항공 외 다수 계열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이어진 현장조사에는 기업집단국 지주회사과를 중심으로 조사관 30여명이 투입됐다.

2016년 기준 대한항공의 기내면세품 판매 수입은 1891억원이다. 2016년 대한항공이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몰아주기) 혐의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사건에서도 기내면세품 온라인 판매를 하던 조양호 회장 일가의 계열사가 문제가 됐었다. 공정위는 기내면세품 판매와 관련해 대한항공이 총수일가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했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

24일 '(2nd) 대한항공 갑질 불법 비리 제보방'이라고 이름붙여진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화면/사진=카카오톡 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