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기 美국채 금리 3% 육박…"채권시장의 경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 추이(단위: %)/자료=블룸버그

미국 국채시장에서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침체의 전조라거나, 증시에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장기 국채 기준물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이날 장중 2.996%까지 올랐다. 시장에서는 곧 2013년 이후 처음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3%를 꿰뚫을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국채를 비롯한 채권의 금리가 올랐다는 건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특히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이 나라 시중 금리의 기준이 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물론 기업들의 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경기위축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 압력이 국채 금리 상승의 배경이 됐다고 지적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폭탄관세로 촉발된 무역전쟁과 감세정책, 국제유가 상승 등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재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채권은 고정 수익을 보장하는 안전자산이다. 물가가 올라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채권이 보장하는 고정 수익 가치도 하락한다.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선 이유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본다. 폴 브라이언 뉴튼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채권 부문 책임자는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에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조만간 3.1~3.4%에서 자리를 잡을 것으로 예상했다.

2000년대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전인 2007년까지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평균 4.7%. 이에 비해 3%대 금리는 굉장히 낮은 수준이지만 금융위기 이후 한동안 1%대로 사상 최저 수준이었던 데 비하면 지각변동이라 할만하다.

CNN머니는 미국 장기 국채보다 단기 국채의 금리 상승세가 더 가파른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결과 2년 만기 국채와 10년 만기 국채의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2007년 이후 가장 좁아졌다. 단기 채권과 장기 채권의 금리 차이, 이른바 '수익률 곡선'이 평탄해졌다는 것인데 이는 보통 경기침체의 전조로 인식된다.

CNN머니는 전문가들이 이를 근거로 미국 경제가 빠르면 2019~2020년에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미국 장기 국채 금리 상승세가 다른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투자지형에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증시가 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이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왔는데 최근 S&P500지수와 10년 만기 미국 국채의 수익률 차이가 8년 만에 최저 수준이 됐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가 지속되면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해 채권시장으로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3%에 가까워지면서 증시가 이미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S&P500지수가 2008년 이후 가장 긴 51거래일 동안 조정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