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기업 부동산 공시가격, 시세의 39%"

'제2롯데월드' 롯데월드몰과 롯데월드타워 전경 /사진=롯데건설 제공

국내 5대 대기업이 보유한 서울 시내 주요 부동산 공시가격이 시세의 39%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시세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연간 수천억원의 보유세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내 5대 기업인 삼성·현대자동차·SK·LG·롯데 등이 소유한 서울 시내 주요 빌딩 등 부동산 35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5대 기업이 소유한 35개 부동산 공시가격은 총 21조원이다. 하지만 주변 실거래가 내역, 해당 부동산 실제 거래 가격 등 시세를 확인한 결과는 이보다 많은 55조원에 이른다.

경실련 조사 결과 5대 기업이 보유한 서울 시내 주요 빌딩 공시가격 대비 평균 시세 반영률은 38.7%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삼성 주요 빌딩 공시지가의 시세 반영률은 40.3% △현대자동차 29.2% △SK 59.2% △LG 52.5% △롯데 40.6% 등이다.

주요 빌딩별로 살펴보면 제2롯데월드 공시가격은 4조9300억원인데 시세는 11조8400억원으로 조사됐다. 공시가격의 시세 반영률은 42%다.


서울 삼성동 GBC(전 한국전력 부지) 공시가격은 2조6580억원으로 시세 반영률이 가장 낮다고 경실련은 밝혔다.

경실련 관계자는 "현대자동차는 2015년 한전 부지를 10조5000억원(평당 4억원 수준)에 매입했다"며 "3년이 지난 현재까지 해당 부지 공시지가 시세 반영률은 25%에 불과해 5대 기업 소유 부동산 중 가장 낮았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5대 기업이 보유한 건물 공시지가가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보유세 특혜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해당 부속 토지에서만 연간 2200억원의 보유세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이라며 "시세 대비 보유세율은 0.3% 수준"이라고 말했다.

비주거용 건물은 주거용과 달리 재산세만 부과되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제2 롯데월드와 같이 1조원(공시지가 기준)이 넘는 건물에도 종부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보유한 주거용 건물이 토지 값과 건물 값이 합쳐진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종부세를 내야 하는 것에 비해 특혜 소지가 있다는 게 경실련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최근 구성된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이 같은 조세 불평등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경실련 관계자는 "재정개혁특위가 서울 강남 등 고가 아파트와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강화만 논의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조세 정의에 역행하는 현행 공시가격 제도를 바로 잡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실련은 5대 기업 본사 등이 소유하고 있는 주요 건물을 대상으로 이번 조사를 진행했다. 다만 5대 기업이 보유한 모든 부동산 내역을 입수할 수 없어 주요 건물에 국한했다.

시세는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상업업무용 실거래가 내역(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실 제공)과 대형 오피스 건물 실거래가 등을 조사해 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