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대선 기간 댓글 조작도 본격 조사… 김경수 보좌관 소환

경기도 파주시 느릅나무 출판사 출입구./사진=뉴스1

경찰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의 수사 범위를 대선 전후로 본격 확장하고 연이어 강제수사에 나선다. 닉네임 '드루킹' 김모씨(48) 일당이 여론 조작에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아이디 614개의 생성된 시점부터 활동 전력을 모두 살피기 위해 네이버를 압수수색했다.


또 드루킹 일당에게 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김경수 의원실 보좌관 한모씨를 피의자 전환하고 30일 소환 조사한다. 다만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기각으로 경찰은 한씨의 휴대폰 등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25일 "드루킹 일당이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614개 아이디가 생성 이후부터 지금까지 이어온 온라인 활동 내용을 조사하기 위해 22일 네이버에 압수수색영장을 집행, 관련 파일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드루킹 일당은 올 1월17일 '한반도기 앞세워 공동입장…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라는 기사에 달린 '문체부, 청와대, 여당 다 실수하는 거다. 국민들 뿔났다', '땀흘린 선수들이 무슨죄냐' 등의 댓글 공감 수를 조작한 혐의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이 사용한 614개 아이디가 이전에도 댓글 공감 수 조작에 사용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해당 아이디들이 그동안 어떤 댓글을 달고 어떻게 공감을 눌러왔는지 확인해 대선 전후에도 여론 조작이 있었는지 살핀다는 계획이다.


드루킹 일당이 아이디를 도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경찰이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등 김씨가 운영하는 네이버 카페 3곳(경공모, 열린카페 경공모, 숨은카페 경공모)을 조사한 결과 회원은 모두 4540여명으로 확인됐다. 이들의 인적사항과 의심 아이디 614개의 소유주를 비교한 결과 경공모 회원이 보유한 아이디는 614개 중 202개에 불과했다. 412개 아이디는 경공모 회원이 아닌 다른 사람들 명의였다.

경찰은 드루킹 일당과 정치권의 유착 관계도 본격 조사한다. 금전거래를 한 보좌관 한씨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30일 오전 10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다.

한씨는 경공모 회원인 닉네임 '성원' 김모씨(49)로부터 지난해 9월 500만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 조사에서 성원 김씨는 "빌려준 돈을 올해 3월26일 한 보좌관으로부터 돌려받았다"고 진술했다. 드루킹이 구속된 지 하루만이다.

경찰은 이 금전 거래가 위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직자 등이 100만원 넘게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한 청탁금지법 제8조1항(금품수수 금지조항)을 어겼다는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성원 김씨 진술에 따르면 한 보좌관이 500만원을 받기 전에 이를 거절한 사실이 있고 이 돈을 한 보좌관이 먼저 빌려달라고 한 것도 아니다"며 "현재까지 조사 결과 둘의 금전거래는 정상적 채권채무관계가 아닌 부정한 금품거래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검찰이 경찰 조사에 비협조적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경찰은 한씨 통화 사실 조회 요청 허가서와 금융계좌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받았지만 한씨 자택과 의원회관 사무실·경남 김해 지역구 사무실·한씨 휴대폰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검찰이 기각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통신과 계좌영장은 발부된 것에 비해 대물 영장은 좀 더 강한 강제처분이라 경찰과 검찰의 시각이 다른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검찰은 한씨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적용 건의도 보완조사하라는 취지로 재지휘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는 입건 단계에서부터 경찰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야 하는데 담당 검사는 "돈을 준 사람이 빌려줬다는 취지로 진술하고 한씨의 해명이 확인되지 않는 등 범죄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영장 일부 기각과 관련해 검찰은 △제출된 수사자료상 범죄 기초사실이 조사돼 있는지 △관련자와 혐의사실과 관련성이 소명되는지 △범죄혐의 입증을 위한 강제수사 필요성에 상당성이 있는지 등을 검토한 결과,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신청을 기각한 것이라고 밝혔다.